자존심 경쟁이 전쟁 부를까?[임용한의 전쟁사]〈435〉

1 week ago 5

제1차 세계대전 초기 지금의 소형차 엔진보다도 낮은 출력의 엔진을 장착했던 항공기는 전투 능력이 없었다. 항공기의 주 임무는 정찰이었다. 영국과 독일의 조종사들은 창공에서 만나면 서로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하지만 이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근접해서 서로 벽돌과 손도끼를 집어 던졌다. 갈고리가 달린 로프를 던지기도 했다. 조종사들은 급기야 권총, 소총을 들고 비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침내 정비공들이 조종석 뒷자리에 기관총을 장착하면서 진짜 공중전이 시작됐다. 이 에피소드는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듯이 작은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런 확전의 대표적인 사례가 1969년 중소 국경 분쟁이다. 우수리강의 작은 섬을 두고 중국 국경수비대와 소련군 수비대 병사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육탄전이던 갈등이 매복과 기습으로 이어지면서 수십, 수백 명이 사망했다. 전투는 대대 규모로 확대됐고, 세계는 잠시 세계대전과 핵전쟁의 공포를 맛봤다. 사소한 갈등이 전쟁으로 확대된다. 섬찟한 명제이다. 무책임한 강경 대응이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정말로 드물다. 항공전은 기구가 하늘을 날 때부터 예견돼 있었다. 우수리강 사태도 확전되지 않았다. 양국이 서로를 두려워한 탓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루거우차오 사건 등 모든 전쟁은 우발적인 충돌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의 요인은 내재돼 있었다. 전쟁을 부르는 진정한 요인은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작은 사건에 보복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평화를 원한다고 훈련을 줄이고, 훈련장을 없애고, 야전군 지휘관을 경질하고, 병사와 국민이 군 생활 중 겪은 사고에 대해서는 ‘억울한 희생’이라고 한다. 약하고 비겁한 나라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을 부른다. 임용한의 전쟁사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광화문에서 송재우의 야구 직관 환경 인사이드 임용한 역사학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