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 자율주행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자율주행 차량은 센서를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AI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바탕으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정밀하게 움직인다. 이 같은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기반 기술이 정교하게 맞물려 움직여야 한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라이다 센서·V2X’ 등 기반으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려면 운전자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기술로 라이다(LiDAR) 센서를 꼽을 수 있다. 라이다는 빛 탐지 및 거리 측정(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레이저 빛을 발사해 그 빛이 물체와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한다. 이후 주변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라이다는 초당 수백만 회에 달하는 빛을 발사하므로 3차원 공간을 시각화하도록 돕기도 한다. 라이다가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실내 지도 제작,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이유다.
라이다 작동 원리 / 출처=삼성SDS
라이다 덕분에 자율주행 차량은 기상 악화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도 주변 차량이나 사람, 사물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어두운 밤에도 최대 250m 거리를 측정하고, 반경 120m의 작은 물체를 감지할 정도로 높은 탐지 능력과 정밀도를 자랑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동차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선 빅데이터 활용도 필수다. 자동차 내·외부에 탑재된 카메라와 온도, 조도, 습도, 음성, 배터리 센서 등에서 수집한 정보와 HD 정밀 도로 지도, 교통 정보, 인포테인먼트 스트리밍 콘텐츠, 주변 차량과 사물, 보행자 등 외부 정보를 끊임없이 수신하고 분석해 판단에 활용해야 한다. 자율주행을 실현할 기술로 V2X(Vehicle-to-Everything)를 꼽는 이유다.
V2X는 자율주행 차량을 둘러싼 내·외부 정보를 수신하고 활용하기 위한 통신 기술을 총칭하는 단어다. V2X를 구성하는 하위 기술은 ▲V2D (Vehicle-to-Device) ▲V2I (Vehicle-to-Infrastructure) ▲V2G (Vehicle-to-Grid) ▲V2P (Vehicle-to-Pedestrian) 등이다.
V2X를 구성하는 하위 기술 / 출처=삼성SDS
먼저 V2D(Vehicle-to-Device)는 차량과 주변기기 간 통신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꼽을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통신하는 데 필요한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기술도 V2D에 해당한다.
V2I(Vehicle-to-Infrastructure)는 차량과 주변 인프라 간 통신을 뜻한다. 앞서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 센서를 살펴봤지만 도로 위에는 시각 정보로 파악이 어려운 중요한 데이터가 무수히 많다. 예컨대 도로 표면이나 터널 안 온도, 표지판 안내 정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V2I는 시각 정보로 파악하기 어려운 주변 인프라 데이터를 자율주행 차량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V2G(Vehicle-to-Grid)는 차량과 전력망 사이 통신을 뜻한다. 자율주행 차량의 동력원은 대부분 전기다. 자동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남은 전력을 건물이나 집에 공급하거나 판매하도록 돕는 기술을 V2G라고 한다. 반대로 자동차 배터리 충전이 필요할 때 건물이나 집의 전력을 긴급하게 공급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V2G는 차량을 운영하고 남은 유휴 전력의 효율적인 사용이나 블랙 아웃과 같은 비상시에 차량 전력을 활용하도록 돕는다.
V2P (Vehicle-to-Pedestrian)는 차량과 보행자 사이 통신을 뜻한다. 자율주행 차량은 V2P 기술로 개별 보행자 또는 다수 보행자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차량은 보행자에게 돌발 상황이나 차량 이동 경로 등을 전달하고, 보행자는 자신의 디바이스로 해당 통신을 수신한다. V2P를 활용하면 보행자는 시야에 가려 다가오는 차량을 보지 못하거나 고속으로 차량이 접근하는 상황 등에 대처할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도 시각정보로 파악하기 어려운 보행자의 접근을 감지해 회피가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안전 확보…관건은 언제 어디서나 끊이지 않는 ‘통신 안전성’
살펴본 것처럼 자율주행 차량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달리려면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가 필수다. 산간 오지나 예상치 못한 지상 인프라의 파괴에도 영향받지 않는 통신 기술이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전제사항이다. 이를 가능케 할 기술로 ‘저궤도 위성통신’이 주목받는다.
저궤도 위성(고도 300km~1500km)은 정지궤도 위성(고도 3만6000km)에 비해 지구와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 짧은 지연시간으로 고속 통신을 제공할 수 있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은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 신호를 주고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안테나 역시 넓은 면적의 신호를 받기 위해 크게 만들어야 하므로 비싸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와 가까워 빠르고 안정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안테나 역시 작고 저렴하게 제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저궤도 위성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은 좁기 때문에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천 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이 필요하다.
저궤도 위성 /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이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제공하기 위해 7000여 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스타링크는 2030년까지 4만 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스타링크는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저궤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이용자는 약 400만 명, 지난해 매출은 9조 원으로 추산된다.
스타링크는 국내에도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제공을 준비해 왔다. 지난 5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타링크코리아와 스페이스X가 맺은 국경 간 공급 협정을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시대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도입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중요한 변화다. 자율주행 차량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통해 감지하지 못하는 각종 변수를 각종 데이터에 의존한다. 문제는 현재 산간 오지나 통신 음영지대에서 통신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소 6G 이상의 통신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라며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으로 언제 어디서나 끊김이 없는 통신이 가능하다면 6G 시대를 앞당길 수 있고 이는 곧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 확보와도 직결된다.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으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