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 3대장 '귀주톱' 한국 상륙기 [무비인사이드]

1 month ago 10

일본 애니 3대장 '귀주톱' 한국 상륙기 [무비인사이드]

'오타쿠'(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제 은밀한 취향을 넘어, 전 세계 팬덤이 함께 호흡하는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 있는 작품이 바로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 맨'이다. 세 작품을 묶어 팬들은 '귀주톱'이라 부른다. 202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빅3'의 상륙이다.

◆ 500만 명이 봤다…팬덤 성지 된 '귀멸의 칼날'

일본 애니 3대장 '귀주톱' 한국 상륙기 [무비인사이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낸 애니메이션 영화는 단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2016년 연재를 시작한 고토게 코요하루의 만화 '귀멸의 칼날'은 인간과 혈귀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정교한 세계관과 감정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의 탄탄한 서사를 통해 누적 발행 부수 2억 20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상현 혈귀 '나키메'의 혈귀술로 형성된 무한성 속에서 벌어지는 귀살대와 혈귀의 압도적인 전투를 스크린으로 구현해 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광활한 공간 속에서 전개되는 검술과 긴장감 넘치는 전투, 캐릭터들 간의 깊어지는 서사는 관객들에게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렬한 감동과 쾌감을 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는 개봉 한 달 만에 500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톱3에 올랐다. 10월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 매출액은 546억 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흥행 수익 역시 6억 달러(약 8412억 원)를 기록해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올해 세계 흥행 순위 8위에 올랐다.

◆ 이병헌 자리 넘보는 얼굴에 톱 달린 소년 '체인소 맨'

일본 애니 3대장 '귀주톱' 한국 상륙기 [무비인사이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개봉 8일 만에 64만 관객을 모았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뒤쫓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던 소년 덴지가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 계약을 맺으며 '체인소 맨'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이번 '레제편'에서는 덴지와 정체불명의 소녀 레제의 폭발적인 만남이 스크린에 담겼다.

'체인소 맨'은 대형 스크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화려한 영상미와 박진감 넘치는 광기의 액션 시퀀스는 팬들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도시를 휩쓰는 '태풍의 악마'의 등장을 시작으로, '전기톱 악마'와 '폭탄의 악마'가 맞대결까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은 특별관 포맷에서 더욱 강렬하게 살아난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팬덤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나섰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들은 상영 주차 별로 다른 한정판 굿즈를 내놓았다. 포스터, 엽서, 캐릭터 아크릴 스탠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팬들은 굿즈를 모두 모으기 위해 'N차 관람'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다 회차 관람객을 대상으로 '도쿄 왕복 항공권'과 '친필 사인 포스터'를 추첨 증정하는 이벤트도 연다.

◆ 개봉하기도 전에…'주술회전' 매진 행렬

일본 애니 3대장 '귀주톱' 한국 상륙기 [무비인사이드]

오는 16일 개봉 예정인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프리미어 상영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높은 기대감을 입증했다. 프리미어 상영회 예매는 오픈 직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메가박스 코엑스 등 4D 특별관에서 빠르게 매진됐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홍대 등 주요 상영관에서도 매진에 가까운 예매 수치로 전체 좌석 판매율 60% 이상을 기록했다. 일부 관객은 "개봉도 전인데 좌석이 동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흥행세에 힘입어 오는 11~12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앵콜 프리미어 상영회도 추가로 진행된다. 관람객 전원에게는 캐릭터 비주얼보드 4종 중 1종이 랜덤 증정될 예정이다. 또 메가박스 일부 상영관에서는 연내 개봉 예정작인 '극장판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X 사멸회유' 예고편이 선공개될 예정이다. 팬들의 ‘덕심’을 제대로 겨냥한 셈이다.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1억 부를 돌파한 원작 만화 '주술회전'의 핵심 에피소드 '회옥·옥절'을 영화용으로 재편집한 작품이다. 2006년 찬란했던 여름, 고죠 사토루와 게토 스구루 두 주술사의 우정과 비극의 서막을 그렸다.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믹싱과 OST 'Where Our Blue Is' 어쿠스틱 버전이 삽입됐으며, 극장판 전용 오프닝 영상과 신규 엔딩 일러스트도 포함돼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할 예정이다.

◆ '오타쿠'에서 '글로벌 팬덤'으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일본 애니메이션은 '오타쿠'라 불리는 소수 취향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는 약 30조 원에 달했으며, OTT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TV 시리즈부터 극장판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팬덤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커뮤니티 활동, 온라인 밈 공유, 작품 배경지를 찾는 성지 순례 등 참여형 문화로 진화했다. 팬들의 자발적 확산은 이야기와 캐릭터 중심의 콘텐츠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영화가 장르적 다양성에서 다소 주춤한 사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성공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결과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10대, 20대 관객층을 겨냥한 판타지 장르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 틈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귀멸의 칼날'은 IMAX, 4DX,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좌석 판매율 90%를 넘기는 등 흥행 성과를 냈다. 극장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비주얼과 사운드가 애니메이션을 오히려 극장형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논란도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극 중 배경 및 소품과 관련해 우익 성향 논란에 휘말려 국내에서 관련 홍보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흥행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팬덤과 산업 구조가 그만큼 공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화계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을 단순한 트렌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거대한 팬덤과 IP(지식재산권) 생태계가 결합한 구조적 변화인 만큼, 한국 영화계 역시 경쟁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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