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중동의 친이란 '초승달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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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의 동맹전선을 '초승달 벨트' 또는 '시아파 벨트'라고 부른다. 이 벨트는 레바논에서 시리아, 이라크를 거쳐 이란까지 초승달 모양을 이룬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까지 가세했다. 현재 전 세계 이슬람교도 가운데 수니파가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10%가 시아파다. 사우디와 이란이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632년)에 후계자 선정 방식을 놓고 충돌하면서 분열했다.

이미지 확대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캡처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캡처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은 초승달 벨트를 통해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진영과 대립해왔다. 이란은 초승달 벨트 내 시아파 무장세력에게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 시아파 무장세력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이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항해 창설됐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섬멸해야 할 적(敵)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중심으로 반(反)이스라엘 투쟁을 전개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이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침공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했다. 이란은 이들 시아파 무장세력과 연계해 반(反)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역사는 아이러니투성이다. 이란은 과거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선린우호 관계를 맺은 국가였다. 친(親)서방 팔레비 왕조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상호 경제·군사적 협력도 이어갔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하자 양국 간 갈등이 심화했다. 이란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면서 이스라엘과의 분쟁을 간접적으로 지속해왔다. 이스라엘이 작년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면서 양국은 사상 처음으로 상대국 본토 공격을 감행했다.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지난해 12월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면서 13년 넘게 이어져 온 내전이 막을 내렸다. 시리아 내전 종식은 알아사드 정권을 통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란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으로 헤즈볼라와 하마스 지도부가 궤멸 수준에 이른 데다, 시리아까지 반군이 장악하면서 40년 이상 공들여 온 초승달 벨트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15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확전을 우려해 수위를 조절했던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달리 반군 지도부를 직접 타격하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군사동맹 '저항의 축'의 일원인 후티는 옛 예멘군을 상당 부분 흡수해 정규군에 가깝다. 수도 사나를 접수하고 2015년부터 7년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아랍연합군과 전쟁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침공한 하마스 편을 들어 홍해 항로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해왔다. 미국의 후티 공습은 상선들의 주요 무역로인 홍해를 보호하고 이란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등 다목적 승부수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이 강화되면서 중동 정세도 출렁이고 있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7일 13시5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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