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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세계 최상급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Mossad)는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전쟁의 판을 바꾸는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1949년 설립된 모사드는 외무부 산하로 출발했지만, 총리 직속 기관으로 승격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모사드 요원들은 '그림자 속의 전사'를 자처하며 적국 심장부까지 침투해 정찰, 공작, 암살, 전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모사드는 창설 이래 수많은 작전을 통해 능력을 입증해 왔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납치해 이스라엘로 데려온 것은 정보기관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사례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 이후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전 세계에서 추적해 제거한 '신의 분노 작전', 2007년 시리아 알키바르 핵시설 폭격, 2020년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도 모사드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단순한 정보기관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 자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에서도 모사드의 위력은 또 한번 입증됐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감행한 '일어서는 사자 작전'은 진화한 정보전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수개월 전부터 이란 내에 침투시킨 드론과 유도무기로 테헤란 미사일 기지, 지휘부 벙커, 군 고위 간부들의 자택을 동시 타격했다. 모사드는 수년간 축적한 정보와 현지에 잠입해 있던 특수요원을 활용해 공군 작전과 병행한 치밀한 공세를 펼쳤다. 그 결과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군 지휘관들과 핵 과학자들이 사망했다.
모사드의 성공 사례는 국제 정보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이제 정보력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중국 국가안전부(MSS) 등도 사이버와 드론, 위성 등을 활용한 입체적 정보전을 전개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정보와 인공지능(AI) 분석이 전황을 좌우하고 있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의 정보전도 치열하다. 국가 사이에 무력 충돌이 없더라도 정보기관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 정보 당국의 현주소는 어떤가. 국가정보원은 조직개편 이후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 국군정보사는 작년 요원 명단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한국이 모사드 수준의 능력을 갖추려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보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드론·위성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보수집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AI 기반 분석 시스템 도입과 전문 인력 확충, 해외 정보망 구축도 시급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부상, 사이버 안보 등 복합적 안보 위협에 직면한 우리에게 정보력은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7일 10시1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