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대만 어젠다와 한반도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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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에서 주한미군 감축설 보도가 나오면서 미 국방부의 군사전략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발표한 '국방전략 잠정지침'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대만해협을 방어선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자국 병력을 세계 각지에 분산 배치해온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냉전기 '세계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은 이제 중국 봉쇄와 선택적 개입이란 노선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문제는 변화가 불러일으킬 파급 효과다.

이미지 확대 중국군이 공개한 '대만 포위 훈련' 포스터

중국군이 공개한 '대만 포위 훈련' 포스터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여파는 동북아 미군 기지 레벨업 과정에서도 감지된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엔 B-52 장거리 폭격기가 추가 배치됐고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는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필리핀에선 미군 기지가 4곳에서 9곳으로 늘어난다. 이 지역들은 대만과 멀지 않다. 미군은 대만 유사 시 병력·장비를 중계하는 거점으로 주한미군 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오산의 주한미군 기지가 '대북 억지 참호'에서 '역내 작전 허브'로 역할이 전환되는 모양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군'에서 '인도·태평양 신속대응군'으로 임무가 확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전략은 미국의 대중 견제 구도에 얽매이게 된다.

이처럼 미군의 전략적 초점이 대만으로 쏠리게 되면 한반도 안보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 시 미국의 군사적 대응 속도가 늦어지고 미사일 방어망이나 공중 전력 배치도 조정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시나리오는 대만에 위기 발생 시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다. 예컨대 미국이 대만 위기에 전력을 쏟는 동안 북한이 서해 도서를 기습 점령한 뒤 핵 위협 전술을 활용해 이를 기정사실화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북한의 행동을 뒤에서 부추기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미국은 대만 상황이 급해 한반도에 즉시 군사력을 투입하기 어렵게 된다. 북한은 과거 이라크 전쟁과 리비아 사태 때에도 도발을 감행한 전례가 있다.

지금까지 대만 어젠다와 한반도 안보는 별개로 간주돼왔지만 현실은 두 전선이 긴밀히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이 요동친다면 북한은 빈틈을 노릴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국은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방안을 논의한다면 이는 한반도와 대만 위기를 동시에 억제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전략이 대만으로 점점 기울어진다면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받기 위해 전략적 부담을 일부 나누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한국은 향후 한미동맹의 미세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와 킬체인 능력을 조기에 완성하고,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만 문제에는 '평화적 해결 지지, 무력 사용 반대, 직접 개입 불가'라는 3원칙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 등도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다. 자강 없는 외교는 공허하며, 결단 없는 동맹은 허상이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 차기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6일 08시0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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