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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다들 아는 얘기를 부연하자면, 대출은 자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 투자는 대출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투입하지만 스스로 사업의 주체가 돼 이자가 아니라 배당 등의 형태로 수익을 나눠 받는다. 대출과 투자 둘 다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지만, 사업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다.
대출은 차주가 수익을 내는지와 상관없이 약속한 이자와 원금만 받으면 되지만, 투자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는 행위이므로 잘못되면 투자 수익은 물론 투자 원금까지 날릴 위험이 대출보다 월등히 크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자하기 전 사업 내용의 수익성과 전망 등을 면밀하게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투자 결과에 대해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가 대출보다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국민경제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발전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지적이지만, 경기하강기 은행의 막대한 이자 이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져 있던 상황이어서 금융권은 대통령의 지적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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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은행들의 실적은 매년 최대 기록을 새로 쓰는 중이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이자로만 무려 42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32조7천억원)보다 9조원 이상 많다. 이들의 순이익은 작년 16조4천억원으로 전년 14조9천억원보다 늘었고 올해는 18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KB금융지주는 3조4천357억원의 순이익을 내 작년 동기보다 23.8%나 늘었다.
사실 은행은 주담대를 비롯한 대출에서 받은 이자 이익이 압도적이니 투자나 여타 사업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투자 손실이 나거나 다른 분야의 수익에 문제가 생겨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시어머니인 금융당국의 지시와 규제만 잘 따르면서 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빌려주기만 하면 된다. 무리하게 다른 사업을 벌여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특정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사업성 또는 수익 구조를 평가·전망하거나 신용평가에 공을 들일 이유도, 능력도 없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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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KB금융지주는 24일,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25일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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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막대한 이자 이익은 은행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익을 많이 내는 은행을 비난하기도 어렵다. 사실 은행이 돈을 못 벌어도 문제다. 은행 이자 이익의 기저엔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하게 된 주택시장의 문제가 깔려있으니 부동산 대출 수요가 급증하게 된 근본 원인부터 해결하는 것이 맞는 순서다. 그게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을 주식이나 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돌려 가계와 기업이 상생하며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부합한다. 부동산 대출이 주축인 가계대출 규모는 이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가계와 금융 부문까지 흔들 수 있는 한계 상황까지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수준이라고 했다.
은행들도 사회공헌과 소외계층 지원 등으로만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할 게 아니라 가계·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필요한 부문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따뜻한 금융'의 역할을 고민할 때다. '이자 장사'라는 국민적 눈총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의 자금 공급자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길이 거기에 있음을 은행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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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5일 11시27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