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전략에 기초과학·기후정책, 뒷전으로 밀려나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재명정부의 기초과학기술과 기후정책이 인공지능(AI)에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성장 우선 전략에 기초과학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기후정책이 후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윤석열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폭풍이 일었던 과학기술계는 세 정부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적극 투자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무너진 기초과학계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기후정책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적극적 기후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후수석 등 전문적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c0445e82e14f5.jpg)
최근 대통령실 조직 체계를 보면 이 같은 목소리가 국가 시스템으로 녹아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기초과학기술계와 기후 관련 단체들은 ‘이게 아닌데…’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 마디로 ‘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조직을 보면 과학기술과 에너지, 기후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는 AI미래기획수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AI)혁신센터장을 수석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하 수석이 AI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능력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기초과학과 기후정책 전반과 관련해 관련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밑으로 △과학기술연구비서관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과학기술과 기후환경에너지까지 아우르면서 총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시각이다.
대통령실 조직으로만 본다면 과학기술과 기후환경에너지가 AI에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 수석은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AI 100조원 투자 등을 통해 AI 진흥 정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이 확대될수록 에너지 관련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
AI는 ‘에너지 먹는 하마’로 통한다.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AI 성장을 위해서는 무조건 에너지’를 외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전을 비롯해 석탄과 석유, 화석연료, 가스 등으로 다시 관점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실 조직으로는 기초과학기술과 기후정책은 후퇴하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AI진흥 조직으로 AI미래기획수석이 자리잡을 것이란 우려이다.
이를 두고 기후정책 관련한 전문가는 “(이재명정부에서) 환경 등 기후정책이 대통령실은 물론 최근 꾸려진 국가기획위원회 조직을 보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뭔가 ‘싸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후관련 시민단체들은 이재명정부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대책과 관련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대통령실에 기후수석이 필요하다는 주문까지 내놓았었다.
기초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AI가 과학기술 전반은 물론 전 산업계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는데 기초과학 분야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AI미래기획수석 아래 과학기술연구비서관을 뒀는데 이 또한 문제가 많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시선이다. 대통령실이 AI미래기획수석 조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행정부 조직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과학기술계는 주문했다.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과학기술연구비서관은 연락관 개념으로 하고 AI미래기획수석을 누를 수 있는 헤게모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기계 한 인사는 “그동안 장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과학기술수석 등이 수평적으로 위치하면서 정책 통일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과기정통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 대통령실 관련 수석을 형식적이라도 아래에 둘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