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구 대표 "콘텐츠만큼 돈 쌓이는 기부 혁신…AI 모금 추천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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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구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는 “기술과 인프라가 뒷받침된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기부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제공

이일구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는 “기술과 인프라가 뒷받침된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기부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제공

“블로그, 지식인, 카페 같은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서비스’를 기부와 연계한 모델은 해피빈이 세계적으로 유일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모금 추천 기능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일구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는 31일 “사용자의 관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부 제안 등 AI 모금 추천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해피빈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네이버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해피빈 기부에 참여한 인원은 1200만 명, 누적 기부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UGC 서비스와 기부를 연결해 온라인 기부 생태계를 조성한 인물이다. 해피빈은 온라인 재화인 ‘콩’ 기반의 이용자 참여형 기부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네이버 메일부터 블로그, 카페, 지식인, 쇼핑 리뷰까지 콘텐츠를 작성하면 기부에 쓸 수 있는 콩을 지급한다”며 “관심사를 기록하고 정보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콩이 모이고, 콩을 모으는 것 자체가 서비스 이용의 동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번 콩을 기부한 이용자는 본인의 지갑을 열어 추가로 기부금을 얹는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카페 등 네이버 커뮤니티에서도 콩 기부가 활발하다.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가 해피빈으로 모은 금액은 13억원이다. 네이버 플레이스와도 연동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기획한 체험과 봉사, 여행 캠페인을 소개하고 네이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가볼까’ 서비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로컬의 공익 주체와 사용자를 연결하기 위한 시도”라며 “연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장 인상적인 최근 기부 사례로 유명 인플루언서인 춈미(백종민 PVCS 대표)가 이끈 기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는 “춈미의 팔로어 70만 명이 5년3개월 동안 29억원의 기부금을 해피빈에서 모았다”며 “이젠 팔로어들이 먼저 ‘수해가 발생했는데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네이버 뉴스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이 해피빈 모금함에 100원, 200원씩 소액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 대표는 “재난 사망 사고 때는 사용자들이 마치 부의금을 보내듯 5만원, 10만원 단위로 기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해피빈은 네이버의 기술과 인프라 지원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모바일 서비스를 선제 도입했고,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와 연동해 기부 문턱을 크게 낮췄다. 과거엔 기부자가 기부단체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해피빈은 단체가 후기로 등록한 사용내역을 네이버 알림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해피빈을 시작으로 지금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내역 공유가 일반화됐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의 다양한 창작자와 기부 협업을 확장할 지점을 계속 발굴할 예정”이라며 “기부단체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플랫폼 사용자의 요구도 함께 파악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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