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2월 26일 소련 붕괴 전까지, ‘경제학’의 국제적 석학들 중 여럿은 이를 예상치 못했(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소련의 경제적 현실과 미래를 낙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경제학> 여러 판본에서 소련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며 계획경제의 자원 배분과 건전성을 신뢰했다. 하버드대의 고명한 경제학 교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84년 소련 방문 후, 소련 경제의 거대한 성공과 체제 안전성을 확신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학장을 지낸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는 소련의 강제동원 시스템을 평가하며 소련 경제가 효율성은 낮을지 몰라도, 국가가 정한 곳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할 거라고 보았다.
이런 ‘지식인(경제학자)들’의 ‘이런 예’는 얼마든지 더 있다. 소련은 군사적 침략이 아니라, ‘경제가 파산해서’ 무너졌다. 소련 국가통계위원회는 GDP, 인구수, 군사력지수 등 모든 지표들을 대단하게 조작했다. 이 수치들을 저런 서구 경제학자들이 ‘과학적 데이터’로 삼아 정교한 모델까지 만들었으니, CIA조차 소련의 경제력을 과대평가했다. 소련의 폐쇄성과 정보 조작은 치밀했다. 갤브레이스 같은 방문객들에게 소련 당국은 연출된 장면만 보여줬다. 순진하게 믿거나, 더한 포섭과 공작에 사로잡힌 경우도 적잖았다. 품질·소비자 선호·시장 변화 같은 요소들은 소련 통계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인위적 조작에 구조적 왜곡이 겹친 셈. ‘보이지 않는 손’은 잘려나가고 가격 신호는 실종됐다.
“우리는 일하는 척하고, 국가는 월급 주는 척한다.” 소련 노동자들 유머다. 혁신을 해도 보상이 없고 실패하면 처벌받는 구조 속에서 책임감과 기술발전은 소멸됐다. 빵이 필요한데 신발을 만들었고, 신발이 필요한데 탱크를 만들었다. 신발과 탱크는 엉터리였고, 빵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계급적 차별과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비리가 자유시장경제에서의 그것과는 비교 불가하게 엄청났다(최근 미국과의 충돌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사용한 중국제 최신 무기, 군사장비들이 엉터리로 판명난 원인과 다르지 않다).
이런 예들 또한 끝이 없고, 그 사이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창조적 파괴’ 속에서 기술혁신 등으로 위기를 돌파해갔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의해 전략적으로 설정당한 언어사용이 자유시장경제주의를 부지불식간에 수세적이게끔 왜곡해왔다. ‘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주의’로 부르는 게 나은 것처럼,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수정자본주의’ 대신 ‘수정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만들어 언급하는 게 진실에 부합한다.
소련 붕괴의 원인들은 예컨대 수정사회주의 정권의 그리스와 베네수엘라에서도 드러났다. 중국은 가장 규모가 큰 수정사회주의 국가다. 사실 소련도 수정사회주의 국가 연합체였으며 세상 모든 사회주의가 수정사회주의인 까닭은, 진정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는 존재 자체가 거짓(환상)이기 때문이다. 소련 이후의 사회주의는 소련보다 더 심한 거짓에 불과하다. 소련과 똑같고, 소련으로 가는 길이다. ‘인간’에 대해 어리석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하면, 경제학에서만큼은 옳은 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짓을 한다.
이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마찬가지겠으나, 요즘은 이마저도 순진한 생각이다. 정치인이 권력을 취하고 누리기 위해 대중의 어리석음을 이용한다면, 그는 영리한 악인일 것이다. 정치와 경제를 연결시키는 인식 능력이 부족한 ‘부조리 대중’이 대다수인 사회와 국가는 몰락을 피해갈 수 없다. ‘소련’이라는 ‘인간에 대한 거짓말’은 다양한 거짓말로 재생돼 영생하고 있다. ‘소련’은 감각적으로는 천동설이 편안한 ‘인간 내부’에 있다. ‘이기심’과 ‘경쟁’을 악마화 하는 사회에서 진실과 정의로움은 거짓의 가면이 되며, 경제를 그런 식으로 하는 국가는 외교나 국방 등 모든 면에서도 자폭하게 돼 있다. 사회주의 사회들 중에 가장 영리한 사회주의 사회일지라도, 자유시장경제주의 사회들 중에 가장 어리석은 자유시장경제주의 사회보다 더 어리석다. 절대 아닌 거 같지만, 막상 사실이다. 천동설과 지동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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