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국의 '공급 우위' 경제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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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했던 국가들의 경제·산업적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국의 물산을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 판 ‘공급 우위 패권국’, 반대로 바깥에서 각종 물품을 수입해 소비하는 데 주력한 ‘수요 우위 패권국’이다. 조세로 흡수한 재화를 각지의 물품 구매에 사용했던 로마제국은 수요 우위, 산업혁명을 통해 이룩한 생산력으로 각종 공산품을 해외에 팔았던 19세기 영국은 공급 우위의 패권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美·中의 엇갈리는 패권 성격

[데스크 칼럼] 중국의 '공급 우위' 경제 패권

그런 점에서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경제 패권의 양상은 확연히 엇갈린다. ‘제조업 회귀’를 내걸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소비 대국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처럼 거대한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무기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공급 우위 패권을 추구한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은 싸구려 장난감부터 최첨단 전기자동차까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세계의 공장’을 거쳐 ‘세계의 시장’으로 불리던 시절도 한때 있었지만 2010년대부터 중국 내수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은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강화를 단순히 특정 국가의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로 간주해선 안 된다. 공급 우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파괴력은 수요 우위 패권 국가로서 미국이 지닌 영향력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로 정의된 19세기 영국의 세계 패권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영국 경제학자 존 앳킨슨 홉슨은 <제국주의론>에서 ‘영국 등 유럽 국가는 다른 나라의 산출보다 시장을 노리고 식민지를 확대한다’고 썼다. 무역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국내에 넘치는 상품을 식민지 외에는 받아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구 제국의 영역 확대가 대부분 무역을 명분으로 내건 ‘포함 외교’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레드테크, 자유무역 위협할수도

물론 중국의 공급 우위 경제는 제국주의 시절에 비해 평화롭게 판도를 확장해왔다. 동구권 몰락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이 자유무역을 모토로 1990년대 이후의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는 튼튼한 도로를 건설했던, 역시 수요 우위 패권국가인 로마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서 한국과 대만은 물론 중국도 거대한 해외시장에 접근해 상품을 팔고, 자국 산업을 성장시키는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공급 우위의 경제 패권을 잡게 되면 후발국에는 비슷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잉 생산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은 자국 제품을 최대한 해외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도 절박한 과제다.

풍부한 노동력에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까지 이식한 중국 산업 앞에 다른 나라의 산업은 쓸려나갈 처지다. ‘레드테크’를 동경 어린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지킬 산업이 많은 미국과 유럽은 중국 상품에 맞선 해자를 산업별로 파고 있다. 이를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중국 입장에 섣불리 동조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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