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슈에 묻혀 있지만, 공소청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은 올 하반기 정치권을 뒤흔들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 3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이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검찰 조직이 공소청으로 바뀌는 만큼 형사사법 체계도 새로 짜야 한다. 남은 건 형사소송법 개정이다.
핵심 쟁점은 보완수사권이다. 보완수사권은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부실하거나 미흡할 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려면 보완수사권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조계와 법무부 안팎에선 “최소한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애면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권 내에서도 강온파 간, 친명·친청 간 이견이 분분하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퍼즐’이 당청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주목을 끄는 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강경파의 온도 차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에서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며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파는 “예외를 남기면 결국 수사권이 부활한다”며 완전 폐지를 주장한다. 검찰 개혁이 어느 순간부터 국민 편익보다 정치적 상징 경쟁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영화감독 김창민 씨 사망사건은 보완수사권 논란의 상징적 사례가 됐다. 묻힐 뻔한 김 감독 사망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진상이 밝혀지면서 가해자들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작년 10월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시비 끝에 집단 폭행을 당했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구속된 피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경찰은 사건 초기 가해자 일행 중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김 감독이 사망하자 유가족의 항의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다른 공범 1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널리 알려지고 나서야 지난 4일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이 사건은 ‘수사권 완전 박탈’이 자칫 범죄 피해자 보호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보완수사가 단순한 ‘권한’이 아니라 경찰 수사의 맹점을 메우는 최후의 안전장치라는 걸 증명했다. 민주당 계획대로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면 김 감독 사망사건은 재조명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검사의 보완수사권 남용 우려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요건과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면 된다. 칼이 위험하다고 수술 도구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14.7%, 건수로는 11만 건이 넘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여전히 ‘두 번째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피해자 권리 구제는 더 어려워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비효율일 뿐이다. 형사사법 제도의 기준은 권력기관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어야 한다. 검찰 개혁은 ‘검사 벌주기’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외적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는 건 개혁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망까지 해체하는 것과 다름없다.

3 hours ago
2
![[사설] 석유최고가격 세 번째 동결, 출구전략 모색할 때](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