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 [86] ‘총리 복’이 있던 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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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0월 1일 나는 베를린장벽을 서베를린 쪽에 서서 마주하고 있다. 오늘 헬무트 콜이 서독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장차 독일 통일을 완수함으로써 독일 통일 전의 서독으로서는 마지막 총리이자, 서독(독일연방공화국)이 동독(독일민주공화국)을 흡수 통일한 독일연방공화국으로서는 초대 총리가 될 것이다. 그는 1998년까지 16년 동안 집권한다.

1989년 11월 9일 밤 베를린장벽이 갑자기 무너지자 콜 총리는, 마치 이미 예정한 일들을 주저 없이 처리하듯 초인적인 실행력과 정치력으로 유럽과 세계의 역사를 단 한 발의 총성도 없이 뒤바꿔버렸다. 장벽 붕괴 19일 뒤 그는 서독 정부 차원의 10개항 통일 로드맵을 발표해 주도권을 잡았고, 이른바 ‘2+4 조약’, 즉 동·서독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4국(미·영·프·소) 간의 협상을 성공시켜 통일 독일의 완전한 주권을 확보했다. 현 동·서독 영토와 유럽 각국 사이의 국경 영구 현상 유지와 통일 독일의 NATO 회원국 유지, 유럽 통합에 대한 동조 등으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대처 영국 수상(독일 통일을 극렬히 반대)을 설득해 냈다. 물론 레이건과 대처, 부시가 조성한 국제 질서도 주효했으나 경제적 파산, 개방과 개혁의 대세에 떠밀리던 소련에는 막대한 차관과 경제 원조를 약속해 동의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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