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인정과 파루 사이 순찰하던 그곳, 서순라길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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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쇠북 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었다고 알리는 안내음이자,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경고음이다. 야간통행금지, 곧 야금(夜禁) 신호다. 스물여덟 차례 종을 쳤다. 별자리 이십팔수가 기원이다.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에 고하여 도성의 평화와 안녕을 바랐다. 인정(人定)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안정'할 시간이라고 봤던 것일까. 정확한 시간을 알기가 어렵던 조선 한때 한양 땅의 풍경이다. 이미지 확대 서순라길(종묘돌담길) [촬영 안 철 수] 밤새 한양은 평안하였나. 이젠 새벽을 깨우는 파루(罷漏)다. '물시계(漏)'의 야간 시간 측정을 '마치고(罷)' 야간통행금지를 푼다는 뜻이었다. 서른세 차례 종을 쳤다. 불교에서 우주의 중심을 말하는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의 삼십삼천(33天)이 기원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기를 바랐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이 불교 상징을 따른 게 이상한가. 별스럽지 않다. 관습은 질기고 강하다. 그래서 관습이고 그래서 오래 간다. 때로는 대수롭지 않게 둬도 그만이다. 올바른 변화를 알기가 어렵던 조선 한때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미지 확대 순라길 [촬영 안 철 수] 밤새 궁중 안팎의 안전을 책임 진 이들은 순라군(巡邏軍)이었다. 인정과 파루 사이에 도둑, 화재 따위를 경계하기 위하여 그들은 순찰(순라)을 돌았다. 이런 순라(군) 행위가 ['순라' 잡기 → '술라' 잡기 → '술래' 잡기]라는 말의 유래라는 설이 있다. 순찰 관할지 서편에 있던 서(西)순라길에 오늘날 외국인들이 넘쳐난다. 이곳이 걸쳐 있는 종로3가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로 조명받는다는 보도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시간은 바꾸지 못할 것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역사연구회 [서울이야기] 종각(鍾閣)? 종루(鍾樓)! (작성일 2007.12.12 작성자 홍순민) - http://www.koreanhistory.org/archive/view/3515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정(人定)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7016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파루(罷漏)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9560 4. 표준국어대사전 5.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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