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선거벽보는 「공직선거법」 제 64조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후보자)이 작성·제출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첩부한 것입니다.
선관위가 작성한 제21대 대통령선거 벽보 주의문 첫 문장입니다. 잘 읽히다가 마지막에 쓰인 동사 [첩부하다(貼付-. 붙을 첩 줄 부)]에서 턱 하고 걸립니다. 멋모르고 달리던 자동차가 느닷없는 과속방지턱을 만난 느낌이 이럴까요?
넘겨짚을밖에요. 맥락은 있으니까요. 붙였다? 사전에서 찾습니다. [발라서 붙이다]이네요. 후보들 포스터를 벽에 발라서 붙였다는 취지인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더니, 틀림없네요. 늦었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첩부하다, 이 말 낯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픈사전 우리말샘에서 찾아보니 이런 안내가 보입니다. [규범정보: 순화(행정 용어 순화 편람(1993년 2월 12일)) '첩부하다' 대신 순화한 용어 '붙이다'만 쓰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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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맞춤법('제' 다음에는 숫자를 붙여 씁니다)을 따르고 일부 표현도 바꾸어서 씁니다.
- 이 선거벽보는 「공직선거법」 제64조 규정에 따라 정당(후보자)이 작성·제출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붙인 것입니다.
# 정당한 이유없이 선거벽보를 훼손·철거한 자는 「공직선거법」제 240조의 규정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을 받게 됩니다.
주의문에 있는 이 둘째 문장은 또 어떤가요. 어법에 어긋납니다. 문맥으로 보아 '2년 이하 … 벌금형' 어구가 곧 처벌 (내용) 그 자체입니다. 이는 처벌을 꾸미거나, 처벌과 동격임을 나타내는 형태로 처리해야 합니다. 명사 [처벌]을 꼭 써야 한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에]를 붙인 탓에 [… 벌금형에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고 어색하게 맺었습니다.
이번에는 문제가 되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을 받게 됩니다] 대목만 바꿔봅니다.
-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을 받습니다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처벌'을 넣어야 한다면)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안 넣어도 된다면)
공직선거법에만 [첩부]가 41회 나옵니다. 선관위가 이 말을 괜히 쓴 게 아니겠지요. 증명서에 사진 붙이듯 '발라서' 붙이는 것을 일본어로 첩부(ちょうふ)한다고 한답니다. 붙임, 부착 같은 말로는 '바르다'라는 뜻은 담지 못한다고 봐서 우리도 첩부를 쓰는 것일까요? 붙이다, 부착하다, 붙임, 부착 등으로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려운 법·행정 용어가 여전히 많습니다. 일부러 난해하게 하여 문턱을 높이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도 하지요. 무신경한 탓이라면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갈 길이 멉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회법률정보시스템, 공직선거법 - https://likms.assembly.go.kr/law/lawsLawtInqyDetl1010.do?mappingId=/lawsLawtInqyDetl1010.do&genActiontypeCd=2ACT1010&cachePreid=ALL&viewGbObj=viewGb_EXE&contId=1994031600000001&contSid=0220
2. 첩부하다 → 붙이다, 행정용어 순화 규범 (우리말샘 선택하여 확인) -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37a9e25a11b46588dffe513b22c8e8b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일본어사전
5.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30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