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사바사바'한다는 그 말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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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영국식 발음이 듣기 좋던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한번은 수업이 삼천포로 샜다. 광복 이후 현대사 이야기로 열을 올리시더란 말이다. 뇌물과 줄 대기가 판을 치던 시기였던가 보다. 어떤 자가 권력 '빽'을 썼단다. 사바사바하면서. 선생님은 사바사바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눈만 껌벅껌벅, 학생들이 그걸 어찌 알겠나. "사바는 일본어로 고등어야. 일제 때 순사들에게 청탁하면서 값나가는 고등어를 뇌물로 먹인 데서 비롯된 말이야. 그래서 사바사바한다고 하는 거지." 선생님의 설명은 그럴싸했다. 철석같이 믿었다. 수십년간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나의 민간 어원설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왜 간과했을까. 돌이켜 보면 선생님이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사꾸라'론」을 읽지 않으신 건 분명하다. 이 글에서 조지훈은 사바사바의 어원이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저 뒷구멍으로 숙덕거린 부당거래와 밀약을 지칭한다는 것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사전의 '사바사바'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그러나 사바사바가 일어라면 爽爽(さばさば. 사바사바), 곧 기분 좋다는 뜻일 수 있다고 조지훈은 추정한다. 한자 爽(시원할 상)을 두 번 쓴 이 말은 시원시원하다, 홀가분하다, 개운하다 정도로 정의된다. 그게 아니면 밥그릇에서 첫술을 떠서 귀신에게 바치고 아귀에게 주는 것을 사바, 곧 산반(㪚飯)이나 생반(生飯)이라고 하니까 이 사바를 첩어(疊語)로 쓴 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생님 설과 조지훈 논(論)의 대비다. 하지만 선생님 설대로 고등어도 사바(さば. 鲭. 고등어 청)가 분명하다. 조지훈이 이 설을 간과했을지 모른다. 고등어(를) 읽는다는 일어 관용구가 있다. 수를 적당히 속인다는 뜻이다. 젊게 보이려고 나이를 속이거나 할 때 쓴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은 고등어를 셀 때 그 수를 잘 속인 데서 이 말이 나왔다고 전한다. 청탁받은 순사가 "아! 사바사바" 하고 반기며 일을 처리해줬다는 말도 전하고, 산반(㪚飯)이나 생반(生飯)의 사바는 뒤탈을 없애기 위한 밥이란 데서 사바사바와 연결된다는 주장도 옮겼다. 이미지 확대 '백'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사바사바 어원에 정답은 없다. '빽'과의 대비다. 사전에는 '백(back.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있지만, 현실에는 그 말이 사바사바와 함께 '빽'으로 활개 친다. 한때 '빽'은 상응하는 한자도 얻었다고 한다. 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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