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KISS'와 입맞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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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KISS)는 [Keep It Short & Simple]의 준말입니다. 널리 알려진 글쓰기 원칙이랍니다. '키스'와 '입맞춤'합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해야 한다고 새기면서요.

책 『사춘기를 위한 문장력 수업』(오승현 지음)에 담긴 두 '키스' 사례는 인상적입니다. 옮겨봅니다. 한양대 정민 교수가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받을 때 한시(漢詩)를 번역했다고 해요.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이 22자 글이 지도 교수의 '키스' 지도 이후 11자로 줄었다고 합니다.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

이미지 확대 '헤밍웨이에게 키스를'

'헤밍웨이에게 키스를'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드나들었던 쿠바 아바나의 술집 '엘 플로리디타'에 있는 헤밍웨이 실물 크기 동상에 한 관광객이 입을 맞추고 있다. 2016.5.11 jk@yna.co.kr (DB 자료)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프랑스 파리에 머물 때 있었던 일화도 있습니다.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열 단어 안짝으로 된 아주 짧은 소설을 써서 나를 울게 만든다면 당신이 이기는 거다"라며 게임을 제안합니다. 잠시 생각한 뒤 그이에게 이렇게 건넵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별별 상상이 다 됩니다. 이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짧고 간결하다고 무조건 좋을 리가요. 내세울 게 짧고 간결한 것뿐인 글도 많겠지요. 내용이 괜찮다면야 길고 복잡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벼리면 벼릴수록 나아질 테지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헤밍웨이의 통찰과도 '입맞춤'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오승현, 『사춘기를 위한 문장력 수업』, 생각학교, 2024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교보문고 / '키스' 두 사례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5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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