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해 6월 28일 제주지법 직원 환송회 자리에서 벌어졌다. 오창훈, 여경은, 강란주 등 세 부장판사는 낮술을 마시다 취한 상태로 노래방을 찾았는데, 업주가 “술은 못 파니 나가 달라”고 하자 버티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들은 다른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3명 중 2명은 법원에 복귀하지 않고 퇴근했다. 법원 감사위원회는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경고’ 조치로 마무리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다.
▷이들 중 오 부장판사는 다른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그는 올 3월 재판 중 방청객에게 “어떤 소리도 내지 말라. 한숨도 쉬지 말라. 어기면 구속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여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변호사와 “2차 애기 보러 갈까”, “좋죠. 형님” 등의 대화를 나눈 카톡 화면이 공개되며 부적절한 접대 의혹을 받는다. 이 변호사는 여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구속된 피고인에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오 부장판사에 대해선 “징계 사유가 아니다”, 여 부장판사에 대해선 “친분이 없는데 변호사가 과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서울동부지법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혔는데,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 직후 감봉 4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2012년 일본 오사카지법 판사가 같은 혐의로 적발된 후 파면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일본 재판관탄핵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사법 전체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질타했다.▷법사위는 제주지법 부장판사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회가 현직 판사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건 처음이다. 결국 끌려오다시피 나온 여 부장판사는 “부적절한 처신에 깊이 반성한다”며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두 부장판사는 고발될 처지에 놓였다. 사법부가 내부 비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밖으로부터의 ‘사법부 개혁’ 목소리는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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