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미국 벤처가 돈 벌지"…10년째 '글로벌 스타트업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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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테크’를 보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배호 큐빅 대표)

오는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에 한국 대표로 나설 스타트업이 가려졌다. 바로 합성데이터 솔루션 기업 ‘큐빅’이다.

전날(30일) 서울 마포 디캠프 박병원홀에서 ‘2025 스타트업 월드컵’ 서울 지역 본선 무대가 열렸다. 2016년부터 매년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피칭 대회로, 전 세계 60여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지역 대회를 거쳐 선발된 스타트업들이 그랜드 파이널 무대에서 최종 우승을 놓고 겨룬다. 우승팀은 스타트업 월드컵 주관사인 페가수스테크벤처스로부터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투자를 받는다. 2023년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보이노시스’가 준우승을 거뒀다.

전날(3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스타트업 월드컵 2025' 서울 본선을 보기 위한 참관객들의 모습./사진=스타트업 정키 제공

전날(3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스타트업 월드컵 2025' 서울 본선을 보기 위한 참관객들의 모습./사진=스타트업 정키 제공

이날 현장에선 지난달 중순 예선을 통과한 국내 10개 유망 스타트업이 파이널 무대를 향한 티켓 한 장을 놓고 자사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했다. 발표는 5분, 질의응답은 3분으로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삼성벤처투자를 비롯해 벤처캐피털(VC) 전문가 7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스타트업, VC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이들의 발표에 주목했다.

이번 본선 무대에는 애니아이, 베어링랩, 코디미, 큐빅, 퓨처센스, 리버스마운틴, 리피유, 심플플래닛, 유니유니, 왈라까지 총 10개 팀이 올라왔다. 모두 창업 3~6년차 기업으로 국내외에서 이미 고객사를 확보하고 매출을 기록한 곳들이다.

가장 각광받는 기술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등을 서비스에 접목한 스타트업이 가장 많았다. ‘애니아이’와 ‘베어링랩’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반복 작업을 AI로 자동화해 품질을 유지하고 인력난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애니아이는 로봇 키친 솔루션 자동화 기업으로, AI를 활용한 버거 조리 로봇인 ‘알파 그릴’과 조리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알파 클라우드’를 통해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베어링랩은 복잡한 법률·특허 문서를 전문 AI가 번역한 뒤 변호사가 최종 검수하는 서비스를 개발한다.

‘리버스마운틴’과 '퓨처센서'는 흩어진 데이터를 AI·블록체인으로 통합해 관리한다. 리버스마운틴은 업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인사평가부터 성과·리스크까지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기업과 진행한 기술실증사업(PoC)에서 인사 평가 피드백 작성 시간을 1/6로 줄이고 공정성을 높였다. ‘퓨처센스’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식품 공급망 경로를 추적해 식품 품질을 높이고 재고 폐기율을 동시에 낮춘다. 특히 자사 ‘푸드포체인’ 플랫폼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투명성을 높이고, AI가 재고 손실을 예측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식품 이동 경로와 품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친환경·기후 위기 대응 스타트업들도 주목받았다. ‘리피유’는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고순도 소재로 되살려 순환 경제를 실현한다. 특허 공정을 통해 폴리우레탄과 나일론 등을 선택적으로 분리·재활용하며, 저온 촉매 분해 기술로 고품질 원료를 추출한다. ‘심플플래닛’은 세포 배양 기반 단백질 원료로 미래식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를 해결에 나선다. 동일 무게 기준으로 닭가슴살보다 단백질 함량이 3배 높고, 유산균을 활용한 배지 재활용 기술로 생산 원가를 1리터당 600달러에서 1달러 미만으로 낮춘 점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참가 기업들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날카롭게 검증했다. 특히 “기술은 훌륭하지만 고객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대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등 스타트업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경쟁력을 점검했다. 참관객들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패션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 기업도 있었다. ‘코디미’는 패션 이커머스 기업들이 스튜디오 촬영과 모델 섭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AI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였다. 제품 사진 한 장만 있으면 10분 만에 다양한 무드의 고해상도 모델 화보가 자동 완성돼 촬영 비용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왈라’는 K-패션 '셀럽(유명인)'과 글로벌 팬덤을 연결해 한정판 굿즈와 컬렉션을 기획·제조·판매하는 지적재산권(IP) 협업 플랫폼이다. 독점 상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유니유니’와 ‘큐빅’은 AI 시대에 문제로 대두되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한다. ‘유니유니’는 카메라 없는 AI 센서를 통해 화장실·병원 등의 공간에서 낙상·폭력 상황을 실시간 감지하면서도 사생활을 완벽히 보호한다. 실제 구조 대응 시간을 기존 10~15분에서 90초로 단축하고, 운영 비용도 30% 절감해 전국 병원과 공공시설에 빠르게 확산 중이다. ‘큐빅’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합성 데이터’ 기술로 해결한다. 합성데이터 기술은 실제 데이터와 유사한 통계적 속성을 갖는 가상 데이터다. 원본 데이터 내 민감 정보는 제거하고 품질은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 대표는 “개인과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AI 모델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데 우리는 모델 성능을 살리면서도 민감 정보는 완벽히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월드컵 2025' 서울 지역 본선에서 우승한 배호 큐빅 대표(트로피 든 사람)와 심사위원들의 모습./사진=스타트업 정키 제공

'스타트업 월드컵 2025' 서울 지역 본선에서 우승한 배호 큐빅 대표(트로피 든 사람)와 심사위원들의 모습./사진=스타트업 정키 제공

배 대표는 큐빅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로 국내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원천기술, 즉 ‘코어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심사위원들 역시 해당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큐빅의 원천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이화여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이기도 한 배 대표는 서울대 박사 과정 시절 AI 시대에 대두될 보안 문제에 주목하며 큐빅을 창업했다. 그는 글로벌 결선 무대에서의 성과를 발판 삼아 데이터 규제 산업을 위한 AI 혁신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큐빅은 오는 10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에 한국 대표로 나선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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