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대표 "제조·의료 버티컬 AI 유니콘 찾아 키워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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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내 인공지능(AI) 투자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국내 인공지능(AI) 투자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한국은 제조, 의료 같은 버티컬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3000억원 펀드를 산업별 AI 밸류체인에 투자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키워낼 겁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일 “한국은 특정 영역에 쌓인 데이터를 AI 서비스로 만드는 응용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사도 한국의 버티컬 AI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LG그룹이 1996년 설립한 LG창업투자에서 출발했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꼽힌다. 박 대표는 2003년 합류해 10곳이 넘는 유니콘기업을 배출했다. BTS 발굴 전 하이브에 일찌감치 투자해 높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에 초기 투자해 많게는 17배가 넘는 투자금을 회수했다. 30년 넘는 벤처 투자 경력을 지닌 VC업계 베테랑이다.

박 대표는 최근 테크 분야에 중점 투자할 3030억원 규모 신규 펀드 결성을 주도했다. 그가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아 AI를 중심으로 로봇, 헬스케어 등 다양한 밸류체인에 투자한다. 박 대표는 “AI산업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은 오픈AI, 앤스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가 점령할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선 각 도메인 지식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장착해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며 “버티컬 AI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면서 높은 투자 성과를 낼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AI 적용 영역으로는 제조와 의료, 법률 분야를 꼽았다. 그는 “제조 영역에 쌓인 데이터와 AI가 접목되면 각 제조 분야를 혁신할 다양한 버티컬 AI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도 AI회사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라이선스를 가진 직역단체와의 조율 문제가 있지만 결론적으론 충돌보다는 직역단체들도 버티컬 AI를 적극 수용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L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방식을 ‘HBM(고대역폭메모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층층이 쌓은 구조인 HBM처럼 한번 투자한 기업에 후속투자로 이어가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팔로온 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첫 투자를 깊게 검토하고 기업과 신뢰를 쌓으면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며 “초기 투자한 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을 때 더 큰 투자 과실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 차례에 걸쳐 200억원을 투자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다. 1차 40억원, 2차 60억원, 3차 100억원을 지원하며 에이블리 성장에 함께했다. 에이블리는 중국 알리바바에서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 기업인 스탠다드에너지에도 세 번에 걸쳐 215억원을 투자했다. 박 대표는 “AI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국가대표 AI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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