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진행된 디지털 전환(DX)이 기술로 인간의 일을 돕는 생산성 혁신이었다면 인공지능 전환(AX)은 일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근본적 혁신입니다. 지금까지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인간이 하는 일과 인공지능(AI)이 하는 일,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일로 나뉠 것입니다.”
윤풍영 SK AX 대표는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AI 혁신 프로젝트가 실패한 원인은 AI를 자동화 도구로 인식하고 인간을 중심에 둔 기존 조직, 업무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성공하려면 AI를 중심으로 조직 문화, 프로세스,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최적의 수행 방식 찾는 AI
SK AX는 SK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 SK C&C에서 이달 1일 사명을 바꿨다. 윤 대표는 “AI 기술로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며 “AX의 A는 AI를, X는 미래, 혁신, 성장,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K AX는 고객 대상 AX에 앞서 스스로를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AI 퍼스트&디폴트 컴퍼니’를 목표로 전 구성원이 업무 혁신에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업조직은 물론 인사, 기획, 윤리경영 같은 스태프 조직에서도 업무 자동화를 실현 중이다. 이 회사의 AX 방식은 업무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고 표준화해 이를 AI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업무의 최소 단위를 ‘레시피’라고 부른다. 윤 대표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AI가 스스로 명령 수행을 위해 최적의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숙련된 직원들이 업무 노하우를 자발적으로 꺼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 입장에선 장시간 쌓아 올린 경쟁력을 AI에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업무에 AI를 도입했을 때 당신의 일이 이렇게 바뀔 것이란 사실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며 “일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업이 줄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 AX는 제조 현장에서 숙련자의 작업 기준을 AI에 학습시켜 설비 예지 정비, 유해 물질 관리, 품질 개선 등의 영역에서 성과를 냈다.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노하우를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혁신 필요”
SK AX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회계, 인사, 문서 작성 등 일상 업무의 60~70%를 ‘AI 워커’로 대체하고 있다. 단순한 반복 작업은 물론 리스크 탐지, 보고서 요약 등 고부가가치 업무까지 수행하며 관리자 역할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핵심 업무인 소프트웨어 개발은 AI로 근본적 변화를 추진 중이다. IT 프로젝트 각 단계에 필요한 일을 에이전틱 AI가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생성·지원한다. 윤 대표는 “SK AX는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접목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생산성을 50%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기업의 AI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다짐을 꼽았다. 윤 대표는 “AX는 기술 혁신이지만 동시에 변화 관리, 리더십 혁신”이라며 “최고경영자(CEO)가 변화 의지를 천명하고 먼저 ‘소소하지만 확실한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생산 현장에 AI를 도입해 당장 효율을 30% 높이라고 지시하면 직원들이 반기를 들 것”이라며 “CEO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만 혁신이 회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