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영상 생성이 쉽고 간편해지면서 유튜브 등 SNS가 ‘AI 슬롭’(찌꺼기)이라고 불리는 저급 영상으로 가득 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유튜브 시장조사업체 튜브필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이달 1일 세계에서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채널 50개 중 8개는 AI 생성 영상을 쇼츠로 올린 채널인 것으로 집계됐다.
AI 슬롭의 대표적 사례로는 인도·파키스탄 분쟁과 관련한 영상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기 색깔을 한 개들이 경주하거나 양국 국기를 단 슈퍼히어로들이 싸우는 식의 영상이 주를 이뤘다. AI 슬롭은 AI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인 미드저니, 구글 VEO, 오픈AI 소라 등이 보급되며 빠르게 SNS를 메우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가 “새로운 생성형 AI 도구는 크리에이터에게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AI로 제작한 콘텐츠를 장려해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생성 AI 영상이 광고로 이어지는 스팸성 콘텐츠로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러네이 디레스타 및 조시 골드스타인 미국 스탠퍼드대 인터넷관측소 교수가 지난해 4월 생성 이미지 50개 이상을 게시한 페이스북 페이지 125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다수가 광고가 붙는 외부 페이지로 사용자를 유도했다.
실제와 AI 영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AI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AFP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에는 AI를 통해 레오 14세 교황을 본뜬 영상 26개가 게재됐다. 유튜브는 이 중 17개 영상을 삭제했다. 유튜브는 AI를 통해 생성한 영상에는 이를 표기하도록 하고, 실제 인물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묘사하는 AI 영상은 제재하고 있다.
저품질·유해 영상에 광고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서비스가 신종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KT나스미디어는 9일 기업 고객의 유튜브 광고가 불쾌한 영상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세이프 콘텍스트 비디오’(SCV) 서비스를 내놨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해 유튜브 영상의 맥락을 분석하고, 유해 콘텐츠로 판별된 영상에선 광고 송출을 차단하는 식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