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이용해 지하 금광 캔다"…자원 채굴에 우주 기술 부상 [강경주의 테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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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스피어 개념도 / 사진=플릿스페이스

엑소스피어 개념도 / 사진=플릿스페이스

호주의 우주 스타트업 플릿스페이스가 저궤도 위성(LEO), 인공지능(AI), 스마트 지진 센서를 융합한 신기술로 지하자원 탐사 방식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 방식으로 진행되던 기존 탐사 방식에서 벗어나 우주와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탐사 시간 단축, 경제성 확보, 환경 보호까지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리튬, 희토류, 금, 구리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이 기술은 '자원 안보'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플릿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는 저궤도 위성과 AI, 스마트 지진 센서를 융합한 지질탐사 플랫폼 '엑소스피어'를 개발하고 글로벌 광물 기업들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광물 탐사는 시추, 항공 자기탐사, 지진파 분석 등 물리적 접근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탐사 범위가 제한적이고 수많은 탐사정 시추로 인해 비용이 수천만 달러 이상으로 늘어나 경제성 확보가 난관이었다. 장비 운반과 지면 굴착은 환경 훼손 우려를 동반하는 데다 지질 데이터 분석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돼 효율성 자체가 낮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플릿스페이스는 이를 완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했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 지진 센서 '지오드'와 자체 운용 중인 저궤도 위성 '센타우리'다. 지오드는 지하에서 반사되는 지진파를 정밀 측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암반 구조를 모델링한다. 지오드는 시추 없이 지하 2.5㎞ 깊이까지 구조를 고해상도 3차원(3D)으로 시각화한다.

지오드를 배치한 모습 / 사진=플릿스페이스

지오드를 배치한 모습 / 사진=플릿스페이스

플라비아 타타 나르디니 플릿스페이스 CEO / 사진=플릿스페이스

플라비아 타타 나르디니 플릿스페이스 CEO / 사진=플릿스페이스

또 기존 지진계보다 최대 20배 더 민감해 동시에 수백 개를 설치할 경우 광범위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센타우리에 전송되며 AI는 이를 통합 분석해 탐사 지역의 정밀 지하 구조 모델을 생성한다. AI 기반 해석을 통해 해상도는 높이고 인간 작업자는 탐사 지역 최적화에만 집중하면서 탐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플릿스페이스는 기존 시추 방법보다 최대 100배 빠르게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엑소스피어는 리오 틴토, 바릭 골드, 코어 리튬 등 40개 이상의 글로벌 광산 기업들이 도입했다. 리오 틴토는 아르헨티나의 린콘 리튬 프로젝트에 이를 적용해 탐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정밀 3D 지하 구조를 확보했다. 바릭 골드는 막대한 양의 금과 구리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의 레코 디크 광산 내 약 1,150㎞²에 엑소스피어를 적용했다. 코어 리튬은 엑소스피어 도입 이후 시추 탐사 등 제반 사항 준비 효율성이 10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산기업 마덴은 지난해 엑소스피어 도입 후 메카 인근에 매장된 초대형 금광을 발견했다.

사우디 서부 해안에 위치한 메카는 자료가 부족해 정밀 탐사가 불가능했지만 위성과 AI를 기술 덕분에 탐사 계획 수립했다. 사우디는 내친 김에 엑소스피어를 통해 희토류 등 유망 광물 매장지를 추가로 확인한 뒤 자국의 부존 광물 자산 가치를 기존 1조3000억 달러에서 2조5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자원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엑소스피어는 ‘자원 안보’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플릿스페이스는 지금까지 400건 이상의 지질 탐사를 수행했고, 총 1억5000만달러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광물이 풍부한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빠르게 확대 중이다.

플릿스페이스는 내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민간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을 통해 달 탐사에도 참여한다. 달의 지질 구조와 얼음의 존재를 파악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을 통해 달의 남극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향후 우주 자원 탐사, 에너지 자원 분석, 재난 대응, 건설 전 지반 분석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종 산업 간 융합은 'AI 광산 탐사'라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지진 센서 지오드는 지하에서 반사되는 지진파를 정밀 측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암반 구조를 모델링한다. 지오드는 시추 없이 지하 2.5㎞ 깊이까지 구조를 고해상도 3차원(3D)으로 시각화한다. / 사진=플릿스페이스

스마트 지진 센서 지오드는 지하에서 반사되는 지진파를 정밀 측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암반 구조를 모델링한다. 지오드는 시추 없이 지하 2.5㎞ 깊이까지 구조를 고해상도 3차원(3D)으로 시각화한다. / 사진=플릿스페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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