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교복시절' 감독 "과거 재현으로 미래 세대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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촹칭션 감독·배우 3인 인터뷰…"시대·장소 무관하게 공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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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교복시절' 촹칭션 감독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대입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경쟁도 활발하다.

특히 교육열이 뜨거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는 나라나 시대와 무관하게 통하는 지점이 있다.

1990년대 대만의 명문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에는 학창 시절을 통과한 이들이라면 국내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요소가 조목조목 담겨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제일여고'는 실제로 대만 최고의 명문여고로 불리는 '북일여고'를 모티브로 했다.

청록색 상의 교복을 입고 거리를 다니면 누구나 '공부 잘하는 학생이구나' 생각할 만한 명성이다. 고교평준화 이전 우리나라의 경기고, 숙명여고의 위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11일 서울 종로구 에무시네마에서 만난 '우리들의 교복시절' 촹칭션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가 실제 북일여고 야간반 출신"이라면서 "직접 경험한 것과 선배에게 들은 것 등을 모아서 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주간반 학생과 야간반 학생이 서로 교복을 바꿔 입으며 등교 시간을 피해 '땡땡이'를 치는 것도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걸 이른바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보거나,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

극 중 '아이'(진연비 분)의 엄마는 큰딸의 사범대 진학을 위해 여기저기서 진학 정보를 수집하고,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학원비를 마련한다.

촹칭션 감독은 "부자는 아니지만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계층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실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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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교복시절' 촹칭션 감독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대만의 '921 대지진'까지 사실적으로 담았다.

촹칭션 감독은 "생사를 좌우하는 큰 사건 앞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있던 마찰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에도 우정과 사랑, 가족관계가 모두 흔들리며 괴로워하던 '아이'가 지진을 겪은 뒤 관계를 다시 다져나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921 대지진 당시 다큐멘터리 제작 회사에서 일하던 촹칭션 감독은 지진 다음 날 피해 지역으로 향했지만, 참혹한 광경에 차마 카메라를 들지 못했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촹칭션 감독은 "참사를 영화로 소비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지점도 있었다"며 "너무 길지 않은 분량으로, 지진이 평범한 대만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풋풋한 매력의 진연비·구이태·항첩여

풋풋한 매력의 진연비·구이태·항첩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진연비, 구이태, 항첩여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10 jin90@yna.co.kr

출연 배우들도 시대와 무관하게 공감할 구석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생인 배우들은 1990년대 입시와 그 시절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아이' 역을 연기한 배우 진연비는 "원래 생활의 템포가 빠른 편이 아니다"라며 스마트폰 없이 쪽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과거의 '느린 소통'이 성격에 잘 맞았다고 했다.

도도하고 당찬 엘리트 여학생 '민'을 연기한 배우 항첩여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유행했던 영화와 음악을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뒤 기회가 생길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준비해 온 자신의 10대 시절이 공부와 대외활동 모두 야무지게 챙기는 극 중 '민'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삼각관계의 핵심인 훈남 '루커' 역을 맡은 배우 구이태는 "통신이 편리하지 않을 땐 여성에게 어떻게 '플러팅'(호감 표시)했는지, 연락이 안 되면 어떻게 하는지 등을 부모님께 많이 여쭤봤다"며 웃었다.

이 영화는 2021년 골든하베스트어워드 우수시나리오상을 받은 시나리오를 토대로 제작돼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1회 홍콩아시안필름페스티벌, 제61회 금마장 등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촹칭션 감독은 "후세대를 위해 뭘 남길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며 "경험과 기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 대만 청춘 로맨스 '우리들의 교복시절' 기자간담회

대만 청춘 로맨스 '우리들의 교복시절'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감독 및 배우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10 jin90@yna.co.kr

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1일 15시3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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