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미국 전쟁부(국방부)이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으로 인한 여파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쟁부와 극적인 합의를 거두면서 순탄하게 사업을 이어갈 것 같았던 오픈AI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고, 미국 정부의 보복을 당한 앤스로픽은 이후 공급망 위험 기업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며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와 이용자 확보, 기업 가치 폭등이라는 성공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체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오픈AI가 훨씬 크다. 하지만 개발 윤리 측면에서 이제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경쟁사로 인식되고 있다 / 출처=제미나이 생성형 AI 이미지
오픈AI는 대외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진퇴양난이다. 당장 미국 전쟁부와 공급망 합의를 거치자 소비자 하드웨어 및 로보틱스 팀을 이끌어온 케이틀린 칼리노프스키가 사임했고, 며칠 전 최고운영책임자인 브래드 라이트캡이 COO에서 특수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겼다. 피지 시모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 케이트 라우치 최고 마케팅 책임자도 의료 휴직에 들어가며 인력 공백이 심각하다.
게다가 현재까지 투자 라운드에서 약 8520억 달러(약 1281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몇 주간 장외주식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도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미국 매체 디 인포메이션이 입수한 오픈AI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약 140억 달러(약 21조 600억 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이 발생될 상황이고,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은 자국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중동 내 300억 달러(약 45조 1200억 원) 규모의 오픈AI 데이터센터를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6이 기업용 AI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출처=앤스로픽
반면 앤스로픽의 상황은 호재 만발이다. 당초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된 이유는 AI의 군사적 이용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에서였는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오게 됐다. 또한 클로드 코드가 산업 전반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회사 매출과 AI의 상업적 가능성을 전방위로 인정받았고,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 마감한 시리즈 G 투자에서는 당초 100억 달러(약 15조 400억 원)를 구상했는데 300억 달러(약 45조 1200억 원)가 모여 기업 가치가 3800억 달러(약 571조 5200억 원)를 돌파했다.
비영리 법인 논쟁에 발 묶인 오픈AI, 10월 상장 목표로 하는 앤스로픽
오픈AI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의해 공익 법인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 출처=오픈AI
상장 문제도 앤스로픽이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다. 오픈AI는 초기에 비영리로 시작했고, 2019년에 영리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다만 이 영리법인은 투자자에게 수익을 줄 수 있지만 공익을 위해 제한을 둔 구조다. 지난해 오픈AI는 이 영리법인을 공익 법인으로 전환하고 수익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익 법인은 공익과 주주의 이윤을 모두 고려하고 여전히 비영리단체가 의사 결정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최소 440억 달러(약 66조 1848억 원)에서 최대 1150억(약 172조 9800억 원) 달러까지 적자가 누적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1월,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비영리 기업으로 유지하지 않았다며 1340억 달러(약 201조 5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샘 알트만 CEO는 올해 상장을 완료하고 싶어 하지만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CFO는 올해 안에 상장은 시기상조라고 대립하는 상황이다.
앤스로픽은 다양한 기업용 서비스를 출시해 유료 가입자 수를 크게 늘리는 상황이다 / 출처=앤스로픽
반연 앤스로픽은 시리즈 G 투자를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까지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고, 매출 역시 2025년 말 9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에서 2026년 3월에 190억 달러(약 28조 56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드 코드가 단독으로 25억 달러(약 3조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기업용 API 점유율은 32%로 오픈AI의 25%를 추월했다. 가입자 수 자체는 오픈AI가 10억 명 수준으로 매우 높지만 유료 구독자는 앤스로픽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앤스로픽은 골드만삭스, JP모건과 함께 2026년 10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이 성공하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기업 상장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영국 정부가 오는 5월 앤스로픽을 상대로 런던 사무소 확대, 주식 이중 상장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를 내리기 어려워지고,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다각적으로 투자를 받아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또한 윤리적 AI에 관심이 많은 유럽 시장과도 협력 구도를 다질 수 있다.
아실로마 콘퍼런스에서 시작된 ‘윤리 논쟁’이 발단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대립 상황은 결국 AI를 얼마나 윤리적으로 접근했는가에 따른 차이며, 그 시작점은 2017년 개최된 아실로마 콘퍼런스(Asilomar Conference)와 이어져있다. 2017년 1월 미래생명연구소(FLI)는 AI의 향후 발전상과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합의를 위해 전 세계 AI 석학들과 기술기업 경영자들을 모아 ‘아실로마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아실로마 콘퍼런스에는 약 120여 명이 참석했고, 2000여 명 이상이 아실로마 23원칙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 출처=미래생명연구소
이 콘퍼런스에는 일론 머스크를 포함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설립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립자,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등이 참여했고, AI 분야에서도 얀 르쿤 메타 수석 과학자,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 대학교 교수,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 설립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샘 알트만과 다리오 아모데이도 당시 오픈AI 소속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석학과 AI 개발자들은 아실로마 콘퍼런스를 통해 ‘아실로마 AI 23원칙’을 제정하고 인류에게 유익한 지능을 만들고, 윤리적으로 검증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AI의 목표는 인류의 가치와 일치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정했다. 하지만 오픈AI는 2년 뒤인 2019년 영리 자회사를 설립해 아실로마 원칙을 위배했다는 논란이 나왔고, 2023년 GPT를 출시했을 때 모델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수익상한제 폐지, 공익 법인 전환을 통해 아실로마 정신과 사실상 결별했다.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고소한 것도 아실로마 원칙을 위배하고 인류의 안전보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게 배경이다.
앤스로픽은 아실로마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기업구조(거버넌스)를 채택했다 / 출처=앤스로픽
반면 앤스로픽은 아실로마 원칙 중 공동의 이익과 지능 폭발에 대한 대비를 지배구조 수준에서 지키고 있다. 앤스로픽은 장기이익신탁(LTBT)이라는 독립 기구가 이사회 구성권을 가지며, 거대 투자자가 안전 원칙을 무시하고 이익 사업을 벌이라고 압박하면 신탁 위원들이 이사회 멤버를 해임할 수 있다. 또한 책임감 있는 확장 정책을 발표해 AI 모델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위험하면 안전 장치가 확보될 때까지 학습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부의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도 아실로마 원칙 중 군비경쟁 회피와 안전성 원칙을 우선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개인 감시, 살상용 AI 구축을 목표로 앤스로픽 기술을 활용했을 때 아실로마 원칙에 지킨 것이다.
차세대 AI 목전에 둔 오픈AI, 앤스로픽, 앞으로의 행방은?
오픈AI 역시 AI의 인류, 산업적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공익 법인 전환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비록 비공개성과 상업화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AI 연구 지원과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당장 오픈AI가 GPT를 공개하지 않았으면 여전히 AI의 봄은 실험실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두 기업 간의 대결은 실력 싸움으로 번질 예정이다. 오픈AI는 빠르면 몇 달안에 차세대 모델인 ‘스퍼드’를 공개한다. 이 모델은 인간의 학습, 추론, 창의적 사고 능력을 모방한 범용 인공지능의 형태가 될 예정이다. 오픈AI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까지 서비스를 중단하며 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앤스로픽 홈페이지의 보안 사고로 인해 차세대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 클로드 카피바라에 대한 사전 정보가 유출됐다 / 출처=앤스로픽 아카이브 페이지
앤스로픽은 지난 25일 콘텐츠 관리 시스템 오류로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에 대한 정보가 일시 유출됐다. 이 모델은 현재 최고 AI 성능을 뛰어넘으며, 코딩과 사이버 보안에서 큰 성과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쟁사인 구글,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2~3%씩 떨어질 정도로 시장 충격이 컸다. 앤스로픽 클로드 미토스의 출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수익 사업으로 전환에 성공할지, 아니면 앤스로픽이 빠르게 상장 후 글로벌 대표 AI 기업으로 거듭날지는 차세대 AI 모델 경쟁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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