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리더의 자아 회복력: 번아웃을 예방하는 마음의 기술’ 주제 강연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16일 열다섯 번째 영림원차세대리더포럼에서 ‘리더의 자아 회복력: 번아웃을 예방하는 마음의 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윤대현 교수는 “리더는 늘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책임감으로 ‘번아웃’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라며, 리더들이 겪는 번아웃 문제를 정신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 습관, 조직 내 건강한 멘탈 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안 된다” = 정신과 의사로 32년동안 일하면서 깨달은 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 즉 ‘마인드 컨트롤’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원하지 않는데도 가치 있다고 여겨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마인드 컨트롤이다.
오늘 강연의 키워드는 무기력이다. 무기력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를 얘기해보려 한다. 무기력의 반대말은 동기부여이다. 리더십에 있어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이 동기부여이다. 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고 동료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수월하게 작동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최상의 동기부여 레벨로 내 마음을 가져가기란 어렵다. 내 마음이라는 제품은 내가 구매한 게 아니다. 창조주가 있다면 창조주가 만들었을 텐데 희한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나는 변화하고 혁신하겠다는 마음이 꽉 차 있는데 누가 내 앞에서 계속해서 혁신하자고 말하면 ‘너나 해’라는 마음이 나온다. 마음은 이렇게 이중적이며 역설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1월에 tvN의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신과 의사인 나도 무기력하다는 얘기만 떠들어대니 사회자도 지쳤는지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무기력은 생긴 것으로 정상이며, 자신의 마음을 살피라는 뜻에서 “내 마음을 먼저 안아주세요”라고 했다. 또 사회 초년생인 아들이 하루는 출근하자마자 전화해 퇴근하고 싶다고 해서 “인생에는 두 가지 밖에 없다. 퇴근하는 인생과 출근하는 인생이다. 평생 퇴근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데 심리적인 이익도 의외로 상당하다. 일에는 이처럼 이중성이 있다. 요즘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나는 이 말 대신 ‘세컨드 프로젝트’라는 용어를 쓴다. 인생 후반부에 꼭 경제적 보상은 아니어도 일한다는 것은 몸도 심리적으로도 건강해져서 무병장수로 이어진다.
우리가 일을 잘 해나가야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자아 회복력 다시 말해 회복 탄력성이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당신 조직의 회복 탄력성의 맥은 잘 뛰고 있느냐’는 주제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리더들은 회복 탄력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자기 조직에서 이 회복 탄력성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리더는 5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내 마음의 회복 탄력성이 좋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위기 후 성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이 싫다. 나는 위기가 없으면 좋겠고 대신 성장도 하지 않고 싶다. 선택만 할 수 있다면 대충 일하면서 살고 싶은데 쉽지 않다. 인생 자체가 위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또하나의 트렌드로 종교인은 줄어드는데 영성에 대한 관심은 MZ 세대에서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인은 놀랍게도 17%밖에 안된다. 부처님은 “인생은 고(苦)”라고 했으며 예수님은 “인자가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했다. 최고의 영적 리더들의 이 말은 내 입장에서 해석하면 ‘번아웃 됐다, 즉 무기력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위기도 없으면서 성장도 하지 않겠다는 나의 바람은 불가능하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갈래뿐이다. 위기 이후 성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위기 이후 좌절로 갈 것이냐다. 내 인생인데 좌절로 갈 수는 없으니 싫든 좋든 회복 탄력성의 맥을 잘 뛰게 해서 성장 쪽으로 가야할 듯 싶다.
◆왜 전 세계 직장인은 무기력 모드에 빠졌는가 = 마음 충전을 위한 방법으로 자기 연민, 미니 브레이크, 액티브 힐링 등이 있다. 자기 연민은 ‘컴패션 이론’ 즉 연민 이론을 기반으로 하며, 마음 치료와 정신 의학 영역에서 3세대쯤 되는 이론이다. 1세대 이론인 정신 분석은 일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마인드 관리에 접목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연민 이론은 “내 마음을 안아주세요”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자기비판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다정하게 이해해주는 관점이다.
코로나 기간동안 이 연민 이론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자주 실렸다. 이를테면 ‘리더라면 셀프 컴패션을 연습해야 된다, 잘 컴패션해야 잘 퍼포먼스 할 수 있다, 컴패션과 퍼포먼스를 양립시켜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무기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는 강연 중에 “작년보다 올해 뭐든 더 잘 외워지는 분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렇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무기력을 얘기하는데 기억력에 대해 물은 것은 건망증이 무기력의 대표 증상이기 때문이다. 건망증은 퇴행성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 보니 뇌가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져 오는 것이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얼마 전에 출근하려고 주차장을 갔는데 키를 안 가져갔다. 그래서 집에 올라가서 키를 찾아서 현관에 갔더니 신발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늦어서 새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현관 밖에 신발이 있었다. 이때 내가 쓰는 1단계 마음 관리 주문은 “나는 손흥민이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건망증은 1차 스트레스인데 이걸 가지고 ’치매 걸린 것 아닌가, 휴직을 해야 되나, 은퇴를 할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2차 스트레스이다. 이를 막으려고 “나는 손흥민이다”라고 외친다. 손흥민 선수는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이지만 경기를 마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건망증은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산 증거이다‘라는 식으로 관점 전환의 멘트를 해주는 것이다.
2023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전 세계 30개국 3만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번아웃 실태 조사를 했다. 번아웃 증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무력감‘으로 42%였다. 한국은 51%의 직장인이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전 세계 직장인이 무기력 모드에 빠졌는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코로나 종식 후 리더들로부터 많이 들은 얘기가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힘이 날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처지고 힘이 빠져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정상이다. 보통 국가적 재난에 터졌을 때보다 회복기에 들어서면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진다. 재해 상황에서는 에너지를 평소보다 10배쯤 더 쓰게 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1년 후보다 3년째 해에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기간에는 자살률이 오히려 줄었는데 종식 후 2023년에는 크게 늘어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재해 이후 나타나는 무기력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좀 쉬라는 것이다. 축구 선수도 쉬는 타임이 있지 않은가? 코로나 때문에 에너지를 다 쏟아냈는데 그래서 3~4년은 재정비를 하고 나서 다시 나가자고 해야 하는데 그냥 계속 뛰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촉발된 이른바 빅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직장인들 특히 리더들이 받는 압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였다고 한다. 코로나 같은 나쁜 일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데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느끼는 무기력은 나약해져서 아니라 엄청난 의지를 갖고 어려운 일을 겪었는데 쉬지 못하고 또 뛰는 축구 선수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쉼은 스위치 오프가 아니라 모드 전환 = 어쨌든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무기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개념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통 무기력이라고 하면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것은 20~30% 정도이며, 나머지 70%는 인지적 무기력 즉 생각이 무기력해지는 것으로 이는 긍정성을 떨어뜨린다.
인지적 무기력의 예를 들어보자. 주말에 잘 쉬고 어느 정도 에너지를 보충하고 출근을 했다. 이메일 체크를 하는데는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다.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보냈던 메일에 원치 않는 짜증나는 답신이 왔으면 다시 집에 가고 싶거나 한국을 떠나고 싶다.
코로나 기간동안 어떤 사람이 회복 탄력성의 맥이 잘 뛰는지를 연구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똑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이 회복 탄력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나는 긍정과 낙천이라는 단어를 분리해 정의한다. 사전적 정의와는 다른데 낙천은 걱정할 일이 있어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투자 사기를 잘 당하느냐는 연구에서 그 결과는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 중에서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이었다.
불안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나에게 불안이라는 감정과 행복이라는 감정 중 하나를 꼭 택하라면 고민없이 불안을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불안이라는 시그널은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생존에 있어 행복보다 더 중요한 감정일 수 있다.
나에게 마인드 케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사주팔자 관리‘가 일순위라고 말하고 싶다. 정신과 의사가 이상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인드 관리가 진짜 내 사주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에 대한 관점을 내가 1도만 긍정적으로 바꿔도 무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나 창의력, 도전의식 등이 살아난다. 당연히 미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 부정적인 생각을 180도 돌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1도만이라도 틀어보자. 1도 싸움이다.
내가 마인드 케어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몸‘ 때문이다.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속상할 때 동시에 몸이 망가진다. 우리의 마음과 몸은 연결돼 있다. 마인드 관리를 하면 몸 악화를 막을 수 있고 심지어 좋게 만들 수 있다. 마음이 무기력한데 몸은 잘 움직여지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이게 잘 안된다. 특히 인지적 무기력은 긍정성이나 회복 탄력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긍정은 무엇일까? 감정인가, 생각인가, 아니면 행동인가. 내가 정의하는 긍정은 행동이다. 오늘 내 마음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았어도 긍정적으로 행동했다면 긍정적인 하루의 삶을 산 것이다. 내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실제 행동이 없으면 더 지칠 수도 있다.
마음의 긍정성을 유지하려면 잘 쉬어야 한다. 쉼은 컴퓨터의 스위치 오프가 아니라 모드 전환이다. 우리 마음에는 두 개의 공간이 있다. 하나는 일의 공간이 고 또하나는 쉼의 공간이다. 일에 몰입하다가도 쉼의 공간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이 훌륭한 마인드 관리 기술이다.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밟아 적절히 멈추고 쉼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쉼은 삶에서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긍정성의 회복은 쉼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요즘에는 쉬는 게 쉽지 않다. 요즘 우리 사회를 불안 사회라고 하는데, 잡념 즉 과도한 불안은 일에서 건강한 쉼 모드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다.
◆편안하기만 한 삶은 없다 = 앞서 1차, 2차 스트레스의 개념에 대해 얘기했는데 1차 스트레스는 삶 자체이다. 우리는 1차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예수님, 부처님도 안 된 거를 우리가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1차가 2차 스트레스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엉뚱한 단어지만 ’셀프 가스라이팅‘은 2차 스트레스를 강화한다. 가스라이팅이란 사실이나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상대방의 심리를 조작하는 기법이다. 최근 스스로에게 가하는 셀프 가스라이팅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나의 예로 입사 10년 차의 리더의 고민을 들어보겠다. 첫 번째 고민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서 열등감을 느낀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아직도 뭔가 경쟁심을 느끼는 게 피곤하다는 거였으며, 세 번째는 편안한 마음을 이루지 못한 자기가 한심하다는 거였다. 자기는 인생 목표가 그리 크지 않으며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자기가 한심해 휴직이나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고민에 어떠한 위로나 코칭을 해주겠는가? 이 리더가 느끼는 열등감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아 늘 비교되는 것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자.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어야 열등감이 없는 것인가?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기애적 인격 문제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 인식 기능이 결여되어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또 경쟁심이 뭐가 나쁜가?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갖자는 삶의 목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편안하기만 한 삶은 없다. 이 리더는 너무 많이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다 보니 더 좋은 리더로서 삶과 일에 만족하며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른 사례다.
요즘 마인드 케어에서 중요한 용어가 ’워크 플레이스 프렌드십‘이다. 내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다 털어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직장 내에 존재하는지가 회복 탄력성을 위한 마인드 케어의 체크포인트로 가장 확실하다.
◆무기력한 상황에서 강력한 전략은 ’버티기‘ = 힐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수동적 힐링과 능동적(액티브) 힐링이다. 수동적 힐링은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액티브 힐링은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서 힐링하는 것을 의미한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다. 무기력하고 동기부여가 안돼 하기 싫은 활동을 억지로 하고 나면 오히려 힐링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바로 액티브 힐링이다.
이 액티브 힐링은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평소에 의욕은 없었지만 작은 행동을 하나 했더니 생각과 마음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몸을 움직여 의욕을 만드는 것, 이것은 실제로 우울증 치료에 활용되는 행동 활성화법이다. 보통은 먼저 동기를 부여해야 행동이 변하는 ‘선 동기부여 후 행동’이 자연스럽지만 이것이 안될 때는 거꾸로 ‘선 행동 후 동기 부여가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즉 액티브 힐링에서 ’액티브‘는 힘차게 살자가 아니라 힘이 나지 않아도 행동부터 하자는 의미다. 이를테면 산책하기 싫은데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질질 끌려서 억지로 걸었는데 걷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데, 내일도 산책 나가볼까‘라고 동기가 부여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힐링을 넘어서 일에 있어서도 중요한 면이 있다. 코로나 이후에 많은 리더들로부터 언제까지 버텨야 되느냐, 이제는 극복하고 싶다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극복이나 회복은 과거의 의욕 넘치는 시절로 마음을 되돌리려는 것이다. 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정신건강 관리의 제1원칙은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상황에서 억지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려고 하면 이미 에너지는 다 떨어져 있고 부정적인 감정은 증가된 상황이라 완전히 녹다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무기력한 상황에서 극복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나를 더 피곤하게 할 수 있다. 차라리 버티기가 더욱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무기력에서 나를 구하는 멘탈 강화 수업 = 무기력에서 나를 구하는 멘탈 강화 수업으로 미니 브레이크와 메모리 관리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기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가 있다. 뇌파를 활용해 뇌 피로 정도를 측정한 것인데 A 직원에게는 쉬지 않고 화상회의를 연달아 네 번 진행하도록 했고, B 직원에게는 네 번의 화상회의를 진행하되 중간중간 미니 브레이크를 가지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한번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회의를 마친 A 직원의 뇌 피로도는 급격히 증가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뇌도 지친 것이다. 뇌 피로도가 높아지면 분노와 짜증 같은 부정적 강점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회복 탄력성도 떨어지고 삶이나 일에 만족감이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반면 회의 사이사이 휴식을 취하며 미니 브레이크를 가진 B 직원은 회의를 모두 끝낸 후 뇌 피로도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그러다 보니 엔딩 감성도 좋았다. 이렇게 2~3시간의 근무 시간 중에 5~10분의 미니 브레이크를 가져야 업무 몰입이나 창의성, 회복 탄력성이 더 좋다.
물론 롱 브레이크도 중요하다. 번아웃이 온 이들에게는 긴 휴식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롱 브레이크보다 하루 중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브레이크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커피 한잔을 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스몰 토크를 하고 산책을 하는 것이다.
강연할 때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시점이 제일 중요하냐고 물으면 ‘현재’라는 답변이 가장 많다. 그런데 현재, 미래, 과거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미래를 생각할 때 암담하고 어두운데 갑자기 현재인 오늘이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또 과거를 돌아볼 때 허무하고 후회만 가득한데 갑자기 미래를 생각해보면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과거를 다르게 표현하면 ‘메모리’다. 부정적인 과거 기억이 미래에 불안을 주고 결국 현재 만족감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매일 쌓인 오늘의 메모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멘탈 관리에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대한 기억을 마무리하는 감성인 ‘엔딩 감성’도 중요하다. 긍정적 엔딩 감성이 쌓이면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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