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비바람, 분석·이해·예측·대응해야 [지금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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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입력 2025.06.17 11:18

강력한 태풍철, 사전약방문 잘되고 있나

2024년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은 플로리다, 캐롤라이나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사진=NASA]2024년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은 플로리다, 캐롤라이나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사진=NASA]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후위기로 지구촌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변동성이 워낙 커 한번 발생하면 치명적 파괴로 이어진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열대성 저기압,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이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에서 발생하는데 바다 온도가 치솟고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괴물’로 변하고 있다.

이 ‘괴물’과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미국 항공우주청(NASA)은 허리케인 발생 전, 중, 후를 모두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허리케인 시즌(매년 6~11월)이 다가오면 NASA는 주와 연방 기관에 거의 실시간으로 홍수 지도, 정전 정보, 산사태 위험 평가 등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모델부터 초소형 위성에 이르는 입체적이고 종합적 시스템을 통해 허리케인과 그 영향을 감시하고 실시간 추적한다.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 가능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선 허리케인 발생지점부터 예상한다. NASA는 바람, 해양열, 대기 습도에 대한 장기 추적을 통해 허리케인이 어디서 형성되고 강화될지 예측하고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면 NASA는 악천후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을 강화할 준비를 한다.

실례로 2024년 헬렌과 밀턴을 포함한 허리케인이 발생하자 NASA는 관련 위성과 과학자 네트워크를 즉시 가동했다. 허리케인이 미국에 상륙한 몇 시간 만에 NASA는 재난 대응 조정 시스템을 통해 응급 관리자들에게 홍수 지도, 정전 평가 등 기타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2024년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은 플로리다, 캐롤라이나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사진=NASA]허리케인 헬렌이 지나간 후. 노스캐롤라이나 침니 록(Chimney Rock) 지역이 파괴됐다. [사진=NASA]

스콧 브라운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기상학자는 “NASA는 예보나 경보를 발령하는 기관은 아닌데 허리케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A의 주요 도구 중 하나인 블랙 마블(Black Marble). 가시광선 적외선 영상 복사계(VIIRS)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원과 기타 관련자들에게 정전 지도 등을 제공한다.

허리케인의 폭우 등으로 홍수가 발생하는 사례가 잦다. NASA는 2024년 헬렌과 밀턴 허리케인 당시 홍수를 추적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1(Sentinel-1) 합성 개구 레이더 데이터와 NASA·미국지질조사국(USGS) 랜드샛(Landsat) 위성, ESA의 센티넬-2 등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관련 데이터를 통해 만든 지도는 NASA 재난 매핑 포털을 통해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지에서 폭풍 피해에 대응하는 주와 연방 응급 관리자들과 공유했다.

섀나 매클레인 NASA 박사는 “홍수와 지형 변화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지역사회가 대응하고 복구 과정에서 결정적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자연재해의 매 순간이 중요한 시점에서 의사 결정자들이 더 빠르게 행동하는 기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허리케인에 따른 산사태 위험성도 평가한다. NASA의 ‘산사태 위험 평가(Landslide Hazard Assessment for Situational Awareness)’ 도구는 다양한 위성 데이터들을 결합해 산사태 위험 지역을 파악한다.

토마스 스탠리 NASA 과학자는 “산사태 모델은 광범위한 지구과학을 통합하는데 토양 수분, 강수량, 고도 등 위성 관측 데이터를 융합하고 분석해 파악한다”고 전했다.

NASA 재난 대응 코디네이터들은 USGS와 협력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이용해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의 산사태 예상 지역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노스캐롤라이나 지질조사국과 같은 기관에 잠재적 산사태 구역에 대한 조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허리케인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게 NASA 기술력의 정점이다. 허리케인이 고온의 바다에서 세력을 얻기 시작하면 NASA 위성들은 이를 추적한다. 미국에 상륙하기 이전에 어느정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024년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은 플로리다, 캐롤라이나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사진=NASA]NASA는 2024년 허리케인 헬렌의 전체 수명 주기를 살펴봤다. 열대성 저기압이 플로리다에 상륙한 후 내륙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카테고리 4 허리케인으로 급격히 강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NASA]

허리케인에 대한 필수 데이터를 제공하는 노력 중 하나는 NASA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협력 프로젝트인 GPM(Global Precipitation Measurement) 미션이다. GPM 핵심 위성은 하루에 한두 번 폭풍 위를 통과하면서 강우 강도와 분포에 대한 고해상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조지 허프만 NASA 과학자는 “GPM 미션은 폭풍이 가장 많은 비를 내리는 곳과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내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며 “관련 데이터를 통해 예보관은 더 나은 예측을 하고 지역사회가 홍수,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본격 태풍철에 접어들고 있다. 태풍에 대해 분석·이해·예측·대응할 준비가 잘 돼 있는지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스스로 사전에 점검할 시기이다. ‘복구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이,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약방문’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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