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촉수는 한국 로봇 스타트업을 향해서도 빠르게 뻗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대형 게임사가 국내 로봇 스타트업 A사에 접근해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솔 게임 부문 강화를 꾀하는 중국 대형 게임사가 관심을 보이는 기술은 ‘햅틱(촉각) 테크’다.
햅틱은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 터치스크린, 웨어러블 슈트·장갑 등에 진동을 일으켜 가상현실(VR)에서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로, 진입 장벽이 높아 아직 글로벌 기술 리더가 없는 분야다. 휴머노이드의 손이나 피부에 적용되면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기술로 꼽힌다.
로봇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상용화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중국 기업과 대학 측의 협업 제안이 늘었다”며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전에 적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중국에 풍부해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제안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햅틱 기술이 적용되면 게임을 넘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극사실적인 몰입도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봇 피부 연구의 핵심인 햅틱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주 분야에선 유럽우주국(E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구상 로봇을 조종하면서 촉각을 느끼는 햅틱을 도입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면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지 않고 촉각으로만 가상 버튼 위치를 파악해 조작할 수 있는 ‘헤드업 햅틱 디스플레이’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의료 분야에선 수술 보조 로봇을 통해 환부와 장기 상태를 의료진이 수술 조이스틱으로 느끼는 햅틱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에 인수 제안을 한 중국 게임사 역시 치료와 환자 돌봄에 햅틱 기술을 적용하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테크업계 주요 인사의 발언을 통해서도 햅틱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로봇 인공지능(AI) 시스템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대안으로 햅틱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게임 분야 융합을 꾀하는 중국 게임사는 글로벌 햅틱 지식재산권(IP)을 사들인 뒤 격투기 등 대련용 게임에 접목해 현실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중국이 국내 로봇 기업에 접근하는 목적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로봇 스타트업에 자금 및 정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최지희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