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이 있는 중국 광둥성 로봇업계에서는 ‘치젠커’가 과학 인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역하면 ‘7검객’이란 뜻으로, 쿠카 유비테크 웨장로보틱스 이노밴스테크놀로지 톱스타 화수로봇 쥐룬인텔리전스 등 광둥성을 대표하는 7개 로봇 업체를 가리킨다. 쿠카는 독일 기업이었다가 중국 가전 기업 마이디어에 인수된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공룡’ 기업이다. 유비테크는 중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상용화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봇 아톰’을 출시한 웨장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기반 모션 제어 기술과 정밀한 로봇 팔 기술을 선보였다. 이노밴스테크놀로지는 자동화 솔루션에 강점을 지녔고, 톱스타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화수로봇은 물류시장에 자율주행 로봇을 공급하고, 쥐룬인텔리전스는 스마트 공장용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치젠커는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부각됐다. 전인대에 참석한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 업체 샤오펑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가 “광둥성에 치젠커가 아니라 2~3년 내 ‘치스젠커’(70검객)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광둥성 로봇 생태계 구축의 배경에 쿠카가 있다고 분석했다. 쿠카 인수가 논의되던 2016년부터 로봇 기업 창업이 봇물을 이뤄서다. 이때 자카 로케 엘리트로봇 리얼맨 페어이노 등 협동로봇 업체가 창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는 유니트리와 딥로보틱스, 란신, 유이봇이 손에 꼽힌다.
그사이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 2분기 모건스탠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세계 66곳 기업 중 중국 기업이 40곳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미국·캐나다 기업은 16곳으로 24%를 기록했고, 한국은 레인보우로보틱스 1곳으로 1.5%에 불과했다.
중국은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이다. 아울러 ‘베이징 로봇산업 발전 조치’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해외 로봇 기업 인수합병 및 지원을 명시했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쿠카와 알데바란의 중국행은 단순히 한 개 기업이 넘어간 것 이상의 큰 산업적 의미를 가진다”며 “로봇 부품 등 생태계 전체가 중국으로 넘어가 제2, 제3의 쿠카를 만드는 초석으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최지희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