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인간의 의식을 들여다보거나 우주 시·공간을 모델링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열 겁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양자컴퓨터 기업 큐에라컴퓨팅의 토마소 마크리 고객관리 총괄(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큐에라컴퓨팅은 중성 원자(Neutral Atom) 기술로 양자 최적화와 시뮬레이션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창업 멤버다. 최근엔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양자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마크리 총괄은 오는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5에 참석해 ‘중성 원자로 양자 기술 혁신’을 주제로 발표한다.
마크리 총괄은 “양자컴퓨팅은 이제 더 이상 실험실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자 기술이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제품 성능 향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양자 기술로 구체적인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며 “한 대기업이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 큐에라컴퓨팅과 협업해 맞춤형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한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팅이 3~5년 내 가장 먼저 ‘임팩트’를 가져올 산업으로 제약·바이오와 금융을 꼽았다. 데이터 집약적이고 최적화 수요가 높은 분야다. 예컨대 제약산업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의 분자 간 상호작용 시뮬레이션, 금융 분야에선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이 가능하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와 은행들은 테스트 중이던 양자 기술을 전략적 도입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마크리 총괄은 “양자컴퓨터는 생물학 시스템을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한다”며 “신약 개발과 노화 연구 등 생명 연장 프로젝트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했다.
마크리 총괄은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양자 가속기(QPU)’와 기존 슈퍼컴퓨터 간 통합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슈퍼컴퓨터의 특정 연산에 양자 프로세서가 마치 가속기처럼 동작하는 ‘하이브리드 워크플로’를 조율하는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기술 패권 경쟁에 한창인 가운데 한국은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한다고 마크리 총괄은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양자컴퓨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 양자 소재와 계측, 부품 제조 등 특정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