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역시 한국을 처음 찾았을때 사회 곳곳에서 ‘안전한 나라’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좋은 점들을 누리며 생활했기에 이곳에서의 삶에 만족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언론 매체에서는 ‘묻지 마 폭행’, ‘칼부림 사건’, ‘어린이 유괴 사건’ 등 섬뜩한 뉴스가 연일 이어진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일상이 된 듯하다. 이제는 “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술에 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누워 자는 모습을 보면 ‘다른 나라였으면 위험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쳐도 마음에 큰 부담이 없었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 유학을 고민할 때마다 “한국은 밤에도 안전하다”고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경기 침체와 불안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작은 일에도 분노가 폭발하고, 타인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23년 여름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점점 뭔가 사라지는 듯한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어쩌면 그때부터 한국이 점점 살기 힘든 나라로 변해 가고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그때보다 더 팍팍해졌다. 행정안전부의 안전안내문자로 연일 누군가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예전에는 ‘치매 어르신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제는 그 문자 한 통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런 불안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최근 함께 일하는 동료의 자녀가 하굣길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 이제는 아이에게 “조심히 다녀”라는 말을 매일 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한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불안한 공간이 됐는지 모르겠다. ‘안전 신화’를 자랑하던 한국이 왜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회로 바뀌었을까. 필자보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그 변화를 더 또렷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치안 악화는 단순히 심리적 불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주거 환경이다.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밤길이 불안한 주택가, 빌라촌의 집값은 떨어지고, 도심의 대단지 아파트값은 더 비싸진다. 치안이 나빠질수록 안전한 지역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부동산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들어 내 집 마련을 위해 여러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값이 7∼8년 전의 두 배 이상 오른 곳도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가는 오르고 집값은 치솟는데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연봉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월급만 제자리인 셈이다. 누구나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그 속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아니면 다들 좋은 집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수도권을 벗어나려 해도 직장과 자녀의 학교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어쩌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대도시 생활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치안이 나빠질수록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커질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등도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이 다시 예전처럼 안전한 나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은 첨단기술, 건설, 반도체와 조선 등 산업, K팝 등 문화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진짜 성장을 위해선 적어도 지금보다 더 불안하지 않은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 적어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현상 유지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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