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팔레스타인 감독 피습 침묵' 비판에 뒤늦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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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성명에 할리우드 스타들 반발…"충분한 지지 못해 사과"

이미지 확대 서안의 경찰서에서 풀려나는 함단 발랄

서안의 경찰서에서 풀려나는 함단 발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올해 수상자인 팔레스타인 영화감독 함단 발랄의 구금 사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할리우드 스타들의 비판에 직면하자 뒤늦게 사과했다.

28일(현지시간)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AMPAS는 이날 회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발랄을 포함해 앞선 성명에서 (우리가) 충분한 지지를 표명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모든 예술인에게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카데미는 전 세계에서 어떤 종류의 폭력에도 반대하고, 어떤 환경에서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증오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노 아더 랜드'로 올해 오스카상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수상한 팔레스타인 영화 감독 함단 발랄 [로이터=연합뉴스]

'노 아더 랜드'로 올해 오스카상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수상한 팔레스타인 영화 감독 함단 발랄 [로이터=연합뉴스]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로 올해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발랄은 지난 24일 서안지구 자택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집단 공격을 당한 뒤 하루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지역이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군대를 주둔시키고 정착민들을 보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영화 관련 단체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AMPAS는 26일 회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발랄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작품이나 관점을 이유로 예술인들을 다치게 하거나 억압하는 데 반대한다"고만 밝혔다.

이에 700명 가까운 회원들이 별도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오스카상을 받은 팔레스타인 영화인 함단 발랄에 대해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에서 행한 잔혹한 폭력과 불법 구금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첫 주에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 상을 수여한 단체가 불과 몇 주 뒤에 그 감독을 지키는 데 실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AMPAS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성명에는 호아킨 피닉스, 조지 클루니, 리처드 기어, 마크 러팔로, 수전 서랜던, 엠마 톰프슨, 페넬로페 크루즈, 올리비아 콜먼 등 스타들이 참여했다.

이에 AMPAS는 2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끝에 이날 사과 서한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AMPAS는 "직접적으로 발랄 씨와 그 작품의 이름을 언급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sncwoo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29일 21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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