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가 'K드라마'흥행사를 새로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자인 김원석 감독 외에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등 출연 배우가 참석해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애순 역에 아이유와 문소리, 관식 역에 박보검과 박해준이 캐스팅됐고,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임상춘 작가와 '미생', '시그널' 김원석 감독이 뭉쳤다.
임상춘 작가는 청춘과 우정, 사랑을 따뜻한 유머를 더해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호평받아왔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해 풍성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임상춘 작가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애써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캐릭터들의 모험 가득한 일생과 그 다채로운 사계절을 그리며 특유의 감성과 필력을 드러낸다.
연출자인 김원석 감독'은 '성균관 스캔들',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아스달연대기 등 장르를 넘나들며 공감과 연대의 힘을 통해 따뜻한 격려를 건네며 한국 드라마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이다. '디테일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섬세한 연출을 선보였던 그는 촬영부터 편집, 의상, 음악까지 키 스태프들과 주요한 상의를 거치며 작품을 완성했다.
김원석 감독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헌사이자 앞으로 시대에 대한 응원가로 만들어졌다"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사람 간 보이지 않는 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게 조금이라도 허물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1950년대에 전쟁을 피해 제주도에 오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라며 "애순의 모친은 전쟁고아인데, 먹고 살기 위해 물질을 배우고, 반대로 애순은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모녀간의 엇갈린 설정도 있다"고 전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시대적 배경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제주 4.3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되지 않겠다는 반응도 흘러나왔다. 또한 한국적인 정서와 사건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을 때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렸다. 김원석 감독은 "4.3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 설정이 있는 게 맞는 표현인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자막 팀이 고생하고 있다"며 "한국적인 상황을 다들 잘 알 수 있도록, 비유적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2022년 8월 박보검, 아이유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1년여간의 촬영했다. 캐스팅부터 공개까지 2년 7개월 만에 선보여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다리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제작비가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석 감독은 "이런 긴 호흡의 드라마가 '여명의 눈동자' 이후 또 있었나 싶다"며 "잘 만들어야 하고,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만들어지기 힘들었는데,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한땀한땀 열심히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제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며 "제작비가 많이 든 게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그 돈으로 더 좋은 드라마 몇 편을 만들 수 있다고 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작비를 많이 들인 부분에 대해 "공들여 찍다보니 제작비가 들어갔다"며 "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미술비가 많이 들고, 오픈 세트도 따로 지었다.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거 같다'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례적으로 한 주에 4회씩 4주에 걸쳐 16회를 공개한다. 김원석 감독은 "요즘 시청자는 몰아보고, 1.5배속으로 보고 하시는데 그렇게 봐서는 정수를 느낄 수 없다"며 "앞에 껄 꼼꼼하게 보면 뒤로 갈수록 더 큰 재미가 있어 곶감 빼먹듯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나눠서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유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오애순을 연기한다. 애순은 엄마가 피난 온 제주에서 태어난 꿈 많은 문학소녀다. 자신의 꿈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육지로 떠나고 싶어 하는 설정이다.
시인을 꿈꾸는 '엄마' 오애순에는 문소리가 등장한다. 한때 시인을 꿈꾸던 새침데기 문학소녀가 좌판에서 오징어를 파는 씩씩한 엄마가 되었다. 파란만장한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청춘은 지나가 버렸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치여 잊고 살았던, 시인이라는 꿈이 자꾸만 떠오른다.
박보검이 맡은 양관식은 운동도, 장사도,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낸다.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투박하고 서툴러 쩔쩔매면서도 ‘애순’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 하나로 용감하게 삶과 맞선다.
팔불출 가장이 된 무쇠는 박해준이 연기한다. 가장 무쇠는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에서 배를 타며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무쇠 가장이다. 가족들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야속하다.
아이유는 "김원석 감독님과는 두 번째고, 임상춘 작가님은 팬이라 읽기 전부터 하고 싶었고, 읽고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었다"며 "읽자마자 하루도 안 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보검도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었고, 김원석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을 좋아했다"며 "군 전역 후 하게 됐는데, 이 책을 읽었을 때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가 예뻤다. 후에 가족들과 봤을 때 '함께하니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아이유와 박보검은 동갑내기 친구다. 아이유는 "일은 같이 안 했지만, 이전부터 알아 왔다"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애순과 관식처럼 정말 편하게 얘길 나누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호흡을 자랑했다.
박보검은 "아이유 씨를 10대 때 광고 현장에서 처음 만나고, 20대 때 '프로듀사'에서 살짝 맞춰보고, 30대 때 같이 하는 게 귀한 기회 같았다"며 "롤러코스터같은 애순의 감정을 요망지게 표현한 아이유 씨 덕분에 저도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같이 하면서 더 좋았고, 홍보활동 하면서 더 친해진 거 같아서 다음 작품도 또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박해준과 문소리 역시 극단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박해준은 "제가 극단에 있을 때 하늘 같은 선배였다"며 "이제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제가 쓸데 없는 농담 하면 억지로 웃어주시기도 하고 한심해하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케 했다.
문소리는 "희한한 경험이었다"며 "서로 맞추려면 노력이 좀 필요한 데, 해준 씨가 있으면 거기가 제 공간인 거 같아서 마음이 놓이고 무리하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었다"고 호흡을 자랑했다.
또 "해준 씨를 처음 본 게 20대 때인데, 그때부터 세월이 쌓여와서인지, 감독님이 환경을 잘 마련해주셔 인지, 나중에는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처럼 계속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문소리도 "이 대본이 저에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기쁜 마음에 펄쩍펄쩍 뛰고 싶어질 정도였다"며 "그런 마음으로 대본을 봤는데 넘길 때마다 울었다. 우리 부모님 생각도 났다"고 전했다.
이어 "대본만 보고 눈물을 흘린 양이 데뷔 후 처음이었다"며 "거기에 어린 애순이 아이유라고 하니 '이건 곤란한데' 생각이 들었다. 주춤하는 마음과 겁이 났는데 '스태프가 도와주시겠지' 이런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또 "아이유 씨가 먼저 촬영했고, 그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많이 고민했다"며 "많이 관찰하고, 말투를 맞추려고 서로의 대사를 바꿔 읽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유 씨의 점과 같은 위치로 저도 점을 찍고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을 보면 '이게 엄마라고'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어서 어떤 부분은 연결성을 두고, 어떤 부분은 차별성을 두고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점은 제가 지워도 되는데, 선배님이 그 점을 찍어서 저를 배려해주신 것"이라며 "대화의 장을 선배님이 먼저 열어주시고, 댁에도 가고, 작업실에도 가면서 작품 전반적인 얘기뿐 아니라 재밌는 얘기들을 하면서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애'며들었다"고 소개했다.
박해준은 "감독님을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스케줄을 물어보시고, 그렇게 연락이 오면 '캐스팅을 해주실까' 싶어서 떨리는데, 그 연락을 받고 며칠 동안 설렜다"고 캐스팅 후일담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다"며 "'혹시나 대본이 변경돼 내가 하차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박해준은 "박보검과 닮았다"는 말에 "감사합니다"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관찰하면서 행동과 말투를 최대한 붙여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김원석 감독은 "배우들이 울었다고 해서 '슬프지 않을까' 하실 거 같은데, 슬픈 대본이 아니다"며 "눈물은 나지만 따뜻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는 편집할 때, 음악을 넣을 때도 작가님과 상의를 한다"며 "연출의 포인트는 작가님의 사람 냄새가 나는, 웃으면서도 눈물짓게 하는 캐릭터의 결을 살리는 거였다"고 덧붙였다.
김원석 감독은 이들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임상춘 작가님의 대본은 연기를 굉장히 잘해야 한다"며 "요망진 애순의 모습에 아이유 씨 밖에 생각이 안 났고, 문소리 씨도 엄청난 연기 내공을 갖고 있고, 두 사람 모두 문학소녀 느낌이 난다. 다른 선택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관식은 연기력뿐 아니라 배우 자체가 착해야 한다"며 "있는 그대로 착한 게 연기에 드러나야 하는데, 박해준 씨는 제가 같이한 배우 중 가장 착한 사람이고, 보검 씨는 착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보검 씨가 이 역할을 하면서 이전에 안 보여 준 연기를 보여준다면 재미가 있을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폭싹 속았수다'는 오는 7일 공개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