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전체 1번 지명에 박석민 전 코치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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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천안북일고 오른손 투수 박준현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은 아버지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 2025.9.17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은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곳이다.
환희와 감격, 낙담과 비통까지 모든 감정을 엿볼 수 있다.
1라운드 지명 선수가 발표되는 행사 초반에는 기쁨이 주된 감정이다.
17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역시 그랬다.
KBO 사무국과 중계 방송사는 1라운드에 지명된 1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무대에서 가벼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부모님 가운데 한 명이 함께 한다.
주로 아버지들이 단상에 올라온 가운데 이들이 흘린 눈물로 무대가 미끄러울 정도였다.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전체 1번 지명을 받은 박준현(천안북일고)의 아버지인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 전 코치는 "올라가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서니까 눈물이 난다. 눈물이 많아진 것을 보니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민망해했다.
박 전 코치는 정확히 10년 전인 2015년 연말 시상식에서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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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라운드 4순위 지명을 받은 동산고 신동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7 seephoto@yna.co.kr
2015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 3루를 지켰던 그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 시즌 3루수 부문 KBO 골든글러브를 받고 시상식에서 삼성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은 바 있다.
전체 2순위 지명 선수인 내야수 신재인(유신고)의 아버지도 "제가 칭찬에 인색한데, 재인이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는 말까지는 담담하게 했지만, "재인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재인이 엄마 수고했다"는 부분에서 눈물샘이 터졌다.
롯데 자이언츠 지명받은 투수 신동건(동산고)의 아버지는 아예 우느라 소감을 한마디도 못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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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1라운드 7순위 지명을 받은 마산용마고 김주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7 seephoto@yna.co.kr
이처럼 '감동' 코드만 가득했던 드래프트장에 분위기를 바꾼 주인공은 두산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외야수 김주오(마산용마고)다.
장타력이 돋보이는 김주오는 "파워가 자신 있다. 이렇게 1라운드 지명자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곧이어 긴장감 때문인지 "두산 라이온즈에 지명…"이라고 말실수한 순간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김주오를 선택한 김태룡 두산 단장도 손뼉을 치며 파안대소할 정도였다.
매년 드래프트마다 명언을 남겼던 '음유시인'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올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차 단장은 투수 양우진(경기항공고)에게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이 선수가 저희까지 올지는 상상도 못 했다. 운이 좋은 것 같고,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강속구와 제구를 겸비한 양우진은 당초 전체 2번 지명이 유력했으나 부상 우려 때문인지 지명 순번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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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라운드 9순위 지명을 받은 서울고 이호범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7 seephoto@yna.co.kr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게 된 투수 이호범(서울고)은 중저음의 차분한 어조와 정확한 발음으로 주목받았다.
마치 심야 라디오 진행자와 같은 목소리를 야구팬에게 들려준 이호범은 "전통 있는 명문 구단에 입단해서 기쁘다"면서 "(서울고의) 6년 연속 1라운드 지명 기록을 이어갔으니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7년 기록을 이어가도록 응원한다"고 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의 1라운드 전체 10번 지명권을 행사한 키움은 내야수 박한결(전주고)을 불렀다.
박한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키움 팬이었다. 좋아하는 팀에 뽑혀서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마치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키움을 상징하는 '버건디' 상의를 입은 박한결의 아버지는 "아빠는 이제부터 '픽업' 해방"이라고 외쳐 학부모의 환호를 받았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7일 15시4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