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30)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셰브런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했다. 2m 버디퍼트가 아쉬움을 남겼다. 김효주를 비롯해 고진영(30) 유해란(24) 최혜진(26)이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한동안 주춤하던 한국 여자골프의 부활을 예고했다.
◇보기 드문 5인 연장전
김효주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클럽칼턴우즈 잭니클라우스 시그니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하나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그는 인뤄닝(23·중국), 에리야 쭈타누깐(30·태국), 린디 덩컨(34·미국), 사이고 마오(24·일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치렀다. 5명이 벌인 1차 연장에서 2m 버디 퍼트를 놓쳐 파를 기록한 김효주는 버디를 잡은 사이고에 이어 준우승했다.
이날 쭈타누깐의 18번홀(파5) 두 번째 샷까지만 해도 그의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중간 합계 8언더파, 1타 차 선두. 버디를 더하면 우승에 쐐기를, 파만 해도 유력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세 번째 샷에서 최악의 실수가 나왔다. 그린 뒤편 러프에서 시도한 칩샷이 심한 뒤땅을 내면서 공은 2㎝ 움직이는 데 그쳤다. 이른바 ‘철퍼덕’. 당황한 쭈타누깐은 네 번째 샷을 너무 크게 쳤고 보기를 기록해 7언더파로 주저앉았다.
7언더파로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효주는 곧바로 레인지로 가서 몸을 풀었다. 여기에 6언더파를 달리고 있던 인뤄닝, 덩컨, 사이고가 모두 1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메이저대회 역대 최다인 5명이 연장전을 치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 인뤄닝은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핀 3.5m 옆에 보내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 사이고와 김효주는 세 번째 샷을 홀 1m, 2m 옆에 붙여 버디 찬스를 잡았다. 쭈타누깐 역시 버디를 잡을 기회를 만들었다. 덩컨은 보기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인뤄닝의 이글 퍼트는 홀을 크게 지나쳤고, 2m 남짓한 버디 퍼트도 홀을 스쳤다. 김효주와 쭈타누깐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비켜 간 반면 사이고는 안정적으로 버디를 성공시켜 메이저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거뒀다.
사이고는 이 대회 전통에 따라 캐디와 함께 호수에 뛰어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아직 4개 메이저대회가 더 남아 있다. 내 꿈은 세계 1위”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우승을 놓친 쭈타누깐은 “샷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쇼트게임을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마지막엔 가장 위에 설 것”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김효주는 다시 한번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포드챔피언십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승을 거둔 그는 이 대회로 올 시즌 4번째 톱10을 기록했다. CME 글로브 포인트 1위(113.125점),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59점)로 올라섰다.
김효주는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런 컨디션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연장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오늘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플레이를 이어가 마지막에는 가장 위에 서고 싶다”고 했다.
고진영은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6위에 오르며 시즌 네 번째 톱10에 들었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유해란은 이날 4타를 잃었으나 마지막 홀 칩인 이글로 공동 6위가 됐다. 최혜진도 공동 9위(4언더파 284타)에 올라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들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