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휴머노이드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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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휴머노이드 시대가 온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 100% 부과를 선언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갈등의 표면적 원인은 관세와 수출 규제지만 본질은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2026년부터 시작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기술·산업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질지에 관한 예측이 분분하다. 2021년부터 시행된 제14차 5개년 계획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 감축을 양대 축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언급한 내용과 당면 과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제15차 계획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 기술 자립, 스마트 제조, 공급망 및 에너지 안보 등을 핵심 주제로 삼아 주력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혁신이 견인하는 고기술·고품질·고효율의 새로운 생산력을 의미하는 ‘신품질 생산력’(new quality production forc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14억이 넘는 노동력을 토대로 세계의 공장 모델을 통해 성장을 이뤄왔으나,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고민해 온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스마트 제조는 그 핵심에 있다. 생산 시스템을 로봇화해 인구 감소에 따른 비용 상승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기술 개발을 통해 고기술·고품질·고효율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신품질 생산력이 단순한 스마트 제조를 넘어 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한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과 부품에서 혁신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마트 제조에 투입한 기계에 AI를 결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선도 기업이 가장 많고, 산업 전반에 걸쳐 상용화된 파일럿 프로그램과 생산 체제 면에서 앞서 있다. 반면 중국은 하드웨어 양산과 비용 최적화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이 두 목표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AI 다음 단계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화’를 지정했고, 올해 8월에는 원숭이 뇌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A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는 자가 충전 기술까지 갖추는 단계에 이르렀다.

휴머노이드는 본래 스마트 제조가 지향한 것처럼 생산가능 인구 감소 문제를 제조 라인의 자동화로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급속한 고령화로 돌봄 분야의 인력 공백이 커지는 문제 역시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작업 과정에서 휴머노이드를 활용하면 안전사고를 지금보다 훨씬 더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역시 미래 기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기업은 미국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선도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거나 유망 스타트업의 최대주주로 참여해 첨단 기술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정부, 대기업, 대학이 연합한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가 출범하면서 이에 발맞춰 전담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거나, 국내외 기술력이 뛰어난 대학들과 협력해 연구부터 부품 및 완제품 생산, 현장 배치에 이르는 전 주기 체계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2028~2029년 양산 및 대규모 배치를 목표로 한 로드맵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기술의 독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휴머노이드는 AI, 로봇공학,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결정체다.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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