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요즘 65세, 노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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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요즘 65세, 노인입니까?

법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65세 당사자들은 자신이 ‘노인’으로 불리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1.6세였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이 노인을 ‘65세 이상의 자’로 규정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기대수명은 1981년 66.7세에서 2024년 84.3세로 17.7세 늘어났다. 같은 65세라도 1981년에는 기대여명이 불과 2년이었지만 지금은 약 20년이니, 많은 이가 여전히 일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6%의 3배에 달한다. 만 55~79세 고령층 절반 이상이 평균 73.4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 이들은 생계비 마련뿐 아니라 ‘일하는 즐거움’도 계속 근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법률과 제도는 65세를 노인의 출발점으로 규정하지만, 사회 현실과 개인의 인식은 이렇게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생물학적 변화에 따라 노인 연령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24년 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75세로 상향하자고 건의했다. 지난 5월에는 대한노인회와 한국노년학회 등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노인 연령 상향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노인 연령 조정은 고령층도 원하는 경우 계속 일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이면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급증과 재정 악화를 막는 대안이기도 하다.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사회보장 재정이 악화하는 지금, 더 이상 논의를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리한 조정은 오히려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등 65세부터 제공되는 복지 혜택과 맞물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커서 공론화를 거쳐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노인 연령 기준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크게 네 가지 방향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고령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부담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게 첫 번째다. 고령층의 사회적 기여와 역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복지 지출을 줄이면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제도별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료·돌봄은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하고, 경로우대 제도는 소득 등을 기준으로 하는 등 노인 기준을 다층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재정 건전성을 높이면서 사회적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고령층을 둘러싼 제도 간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고용정책과 사회보장제도가 맞물려 움직여야 소득과 일할 기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진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인 연령 상향은 고용과 복지,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다. 따라서 청년, 중장년, 노인 세대가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고와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

인구구조 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노인 연령 조정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할 과제다. 늙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늙는 것이 아닐까? 고령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행동’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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