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안보, 재생에너지로 지킬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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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너지 안보, 재생에너지로 지킬 수 있나

이란전쟁은 우크라이나전쟁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전쟁은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석유, 가스와 같은 글로벌 재화의 공급망을 흔들며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재생에너지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신속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을 주문했다. 재생에너지를 환경정책을 넘어 안보 전략의 축으로 격상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안보를 ‘적정한 가격으로 중단 없이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즉 공급 안정성과 가격 적정성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는 외부 충격에 의해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에너지 안보의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충족할 수 있는지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천수답에 비유할 수 있다. 천수답 면적을 늘리면 평균 수확량은 증가할 수 있지만, 가뭄과 홍수 발생 여부에 따라 수확 변동폭이 커지고 전체 시스템의 불확실성도 증대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평균 발전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동시에 변동성을 키워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 적정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와 모순된다.

브라질은 수력발전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수력발전은 자체적으로 저장 기능과 급전 능력을 갖추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2001년과 2021년 가뭄으로 강제 절전과 요금 급등을 경험했다. 독일에서는 2021년 이른바 둔켈플라우테(바람 가뭄) 현상으로 풍력 발전량이 약 14% 감소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석탄과 가스 발전을 늘리면서 전력가격이 세 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자연 의존도가 높은 ‘전원믹스’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백업 발전, 송전망 확충 등과 함께 정교한 공급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정성을 다소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단 1초의 불균형도 허용되지 않는 전력 시스템의 특성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증가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완전한 관리가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에 비용은 별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시스템 관리 비용이 늘면서 전기요금이 급등한 독일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적정 가격 원칙이 조화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식량 안보가 국내 곡물 증산과 더불어 관개, 저수, 유통 체계로 완성되듯 에너지 안보도 국산 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저장, 계통, 시장의 결합으로 지켜진다. 천수답 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식량 안보가 불가능한 것처럼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이제는 총량 지표인 평균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성 지표인 분산 관리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지킬 중요한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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