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원작'이 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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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원작'이 되는 힘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과 활용법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일터에서 ‘AI를 쓴다’는 것의 의미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보고서 초안, 이미지 소스, 데이터 분석값 등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생성해 주거나 메일, 일정, 회의록 등을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업무 보조자’ 역할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젠 원하는 것을 ‘느낌대로’ 풀어 요청하고 서로 간의 ‘티키타카’를 통해 원하는 최종 결괏값에 근사한 산출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업무 파트너’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 중 AI와의 ‘공저’가 아닌 것이 드물다. 날로 쌓여가는 단체 ‘AI 리터러시’만큼, 각자의 마음 한편에 불안 섞인 질문 하나가 함께 쌓인다. 과연 이중 어느 것이 ‘나의 것’인가. 나는 어떤 산출물의 원작자라 할 수 있는가.

신입 시절, 한 선배가 아이디어 장표에 페이지 번호를 조금 색다르게 표기하는 것이 좋아 보여 슬쩍 따라 했다가 ‘원작자’로서 그의 항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은 나만의 설득 방식이니 너는 너만의 것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누군가 내 것을 따라 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아니라, 서로의 창작 의도와 그에 들인 생각의 품을 존중했으면 한다는 정중한 요청이었다. 무엇이 좋아 보이고, 그래서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그것이 가진 매력과 설득력을 무의식 중에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 ‘한 끗’은 결과물을 처음 구현한 원작자가 오롯이 추구한 의도에서 나온다. 명확히 풀고 싶은 문제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 담긴 의지가 설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AI와의 협업에서 ‘내 생각의 지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모두가 AI를 점점 더 많이, 더 고도화해 사용할수록 각자가 만들어내는 산출물은 거대한 평균치에 수렴한다는 말이 있다. ‘딸깍’ 한 번이면 페이지 번호가 아니라 페이지 전체를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비교할 수 있는 세상에서, 내 생각이 수많은 버전 중 하나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AI와의 협업에서 첫 생각의 씨앗을 단단하게 심어야 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 문제의식이 사방으로 발산되는 대화의 대전제로 내내 깔려 있도록 해야 한다. AI가 편리하게 쥐여 주는 현란함과 속도에 쉬이 합격을 주지 말고, 원작자로서의 딴지를 걸며 ‘딴딴히’ 협업해야 한다.

지금의 폭발적인 시기가 지나면 결국 AI를 어느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각자에게 최적의 ‘공조’인가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AI로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것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단하고, 적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발라내고, 무엇을 더 발전시키거나 효율화할지 결정하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AI에 의도와 판단을 외주화하지 않을 때, 공동 저자가 아닌 스스로 ‘원작’이 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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