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고통이 필요한 이유
종교는 인간의 고뇌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왔다. 많은 종교 교리의 핵심에 사후 세계, 특히 형벌의 장소인 지옥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유신론의 관점에서 보면 전지(全知)·전능(全能)·전선(全善)한 신이 지옥을 만든다는 것은 그 본성에 모순된다. 논리적으로 자비로운 신이 영원한 복수를 설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교철학은 이 지점을 문제 삼는다. 만약 신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창조했다면 스스로 선과 악의 속성을 함께 지닌 존재가 되어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지옥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필요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계하고 질책하듯, 삶의 고통은 사랑의 매와 같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자신의 본성과 신의 섭리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경험일 뿐 인간을 죽이기 위한 게 아니다. 따라서 신이 주는 벌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이뤄진다고 본다.
흔히 ‘대운이 오기 전엔 최악을 겪는 일이 많다’고들 한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을 확인하면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이유일테다. 평생 병약했던 철학자 니체의 가장 유명한 명언 중 하나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고통은 바이러스처럼 어디에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없는 공간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병균을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다.세상에 고통 없는 곳은 없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이 우리를 죽음 같은 절망으로 몰아넣을 때 상황을 피하지 말고 맞설 힘을 길러야 한다. 질병을 앓은 뒤 회복하면 몸이 더 단단해지듯, 시련을 통해 인간의 정신은 더 성숙해진다. 니체 역시 가장 힘든 시기를 견뎌냈기에 세계적 철학자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위대한 사유와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의 근심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배가 침몰하듯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항해할 때 적당한 짐이 있어야 파도에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운명의 시련 앞에서 방향을 잡는 지혜를 키운다. 인생의 위기는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극제다. 폭풍이 치고 침몰 위기가 와도 그 순간을 견뎌내면 삶의 바닥은 더 견고해진다. 고요한 바다보다 거친 비바람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을 때 인생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고진감래( 苦盡甘來)는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견딜만한 고통만 있다고 믿어보자. 인생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 위해선 쉽게 쓰러지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깊은 절망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일은 성장의 단단한 바탕이 된다. 어렵게 얻는 것일수록 값지다. 고통을 통해 얻는 지혜와 통찰이 앞으로의 삶을 더 빛나게 할 것이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12
![[IT's 헬스]수면 중 뇌 깨우는 '카페인', 턱 건강도 무너뜨린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10/news-p.v1.20251110.e225b2f1261643cfb6eeebb813e01dff_P1.jpg)
![[부음] 유규상(서울신문 기자)씨 외조모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5분 칼럼] ‘진보 정권의 아이러니’ 재현하지 않으려면](https://www.chosun.com/resizer/v2/XUGS65ZOHFNDDMXKOIH53KEDRI.jpg?auth=f32d2a1822d3b28e1dddabd9e76c224cdbcdc53afec9370a7cf3d9eed0beb417&smart=true&width=1755&height=2426)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