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글로벌 선두 소화기 스텐트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ESGE 2025)’에서 만난 곽재오 엠아이텍 대표는 “최근 영국과 오스트리아에 진출하는 등 유럽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대표는 “미국과 유럽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경기 지역에 제2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韓·日 환자 10명 중 4명에 공급
엠아이텍은 세계 107개국에 진출한 세계 3대 소화기 스텐트 기업이다.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각각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1991년 설립돼 1995년 첫 국산 소화기 스텐트 ‘하나로’를 판매한 지 30년 만인 올해 3월 스텐트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엠아이텍은 주로 담관 식도 십이지장 대장 등의 소화기용 스텐트를 만든다. 주력 제품은 담도암 등으로 담관이 좁아지거나 폐색(닫혀서 막힘)될 우려가 있을 때 사용하는 담도 스텐트 ‘베네핏’이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멀티홀’ 담도 스텐트는 1.8㎜ 구멍을 일자로 여러 개 뚫어 스텐트 주변에서 배출되는 담즙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엠아이텍을 일본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조경재 엠아이텍 영업마케팅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담도 스텐트 시술 환자 10명 중 4명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는 몸속 장기에 오래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유연하고, 팽창력이 뛰어나며, 내구성도 강해야 한다. 엠아이텍은 지난달까지 300가지 소화기용 스텐트 품목에 대해 유럽인증(CE)을 받아내 동종업계 세계 최다 인증 기록을 세웠다. 조 본부장은 “우리는 핵심 제조 공정이 핸드메이드(수작업)로 이뤄져 다양한 인종과 연령, 장기 모양에 맞는 맞춤형 제품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엠아이텍 제품이 서울아산·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등 대다수 대형 병원을 비롯해 세계 최고 암센터인 미국 MD앤더슨, 세계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클리닉 등에 모두 납품되고 있는 비결이다. ESGE 2025에서 만난 스페인의 저명한 소화기내과 전문의 마누엘 페레스 미란다는 “엠아이텍 제품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품질이 뛰어나 많은 의사가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사업영역 확대로 美·유럽 공략
엠아이텍이 다음으로 밀고 있는 제품은 ‘제우스IT’다. 초음파 내시경으로 전기소작(지짐)을 거쳐 췌장에 생긴 가성낭종(물혹)에 접근해 배출 통로를 만들어 주는 스텐트다. 엠아이텍이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초음파 내시경 시술 증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다.
엠아이텍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세계 최초로 인체 내에서 약물을 방출하면서 생분해되는 새로운 개념의 스텐트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호흡기·비뇨기 등 비소화기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조 본부장은 “만성폐질환, 기관지염, 요로결석 환자를 위한 호흡기·비뇨기 스텐트, 반려동물용 스텐트도 개발 중”이라며 “호흡기 스텐트는 2027년 출시가, 반려동물용 스텐트는 내년 출시가 목표”라고 했다.
세계 스텐트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수명 증가, 스텐트 활용 질환 증가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이 전망된다. 곽 대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선두권에 진입해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