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하는 'AI에이전트'…밤새 공장 돌리고, 새벽 업무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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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상품기획자 A씨의 뇌리에 획기적인 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평소라면 내일 회의를 위해 생각을 메모했겠지만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요즘 그의 작업 방식은 달라졌다. AI 에이전트에 시제품 디자인과 제조 및 유력 판매 시장 후보를 조사하도록 맡겨놨다. 다음 날 오전 출근한 기획자의 책상엔 완결된 보고서가 올라왔다.

AI 자동화 기업 썸원AI가 그리는 24시간 경제의 모습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자율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 AI 에이전트가 상용화되면서 인간과 AI가 밤낮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샤오미가 24시간 가동 중인 중국 베이징 창핑 다크 팩토리 모습. 이 공장은 완전 무인으로 운영돼 불이 꺼져 있다.  샤오미

샤오미가 24시간 가동 중인 중국 베이징 창핑 다크 팩토리 모습. 이 공장은 완전 무인으로 운영돼 불이 꺼져 있다. 샤오미

◇현실이 된 AI 에이전트 활약

24시간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AI 에이전트다. 사용자의 질문에만 답변하는 챗봇과 달리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목표를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LG CNS 관계자는 “최근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챗GPT 같은 AI 챗봇이 기업의 생산성에 기여한 시간은 15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AI 에이전트 시대로 넘어갈 수 있어야만 기업들이 AI를 통한 효과를 실제로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대표는 “일정을 관리해주는 AI 비서를 한 달에 45달러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 비서도 까먹고 깜빡하는 건 AI랑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이처럼 AI 에이전트는 일정 관리 같은 비서 업무뿐만 아니라 재무, 영업, 인사 등 기업의 다양한 사무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스라엘 AI 기업 알타가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마케팅 에이전트 ‘케이티’, 수익 운영 에이전트 ‘루나’, 연락 에이전트 ‘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티가 알타의 오프라인 행사 참석자나 링크트인 등에서 잠재적 고객을 발굴하면 루나가 이 중 최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집단을 선별하고, 알렉스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회의를 잡는 식이다.

기자가 알타에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보내자 알렉스로부터 화상 회의 날짜와 줌(Zoom) 링크를 받았다. 이스라엘 시간으로 새벽 1시43분이었다. 시차 때문에 며칠간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업무를 불과 몇 분 만에 끝낸 것이다. 스타브 노이마르크 알타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가 밤새 작업해 아침에 내놓은 작업물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고객은 AI가 얼마나 빠르게 개선되는지 놀라고, 맥락을 더 많이 얻을수록 AI는 정교해진다”고 설명했다. 알타는 지난 3월 700만달러(약 10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쉬지 않는 中 ‘다크 팩토리’

24시간 경제로 각광받는 분야는 사이버보안이다. 관리자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야간은 외부 공격에 가장 취약한 시간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해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IBM은 전 세계 13개 권역의 보안관제센터를 나눠 ‘해가 지지 않는’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 가령 미국이 잠들 때에는 인도 관제센터 직원들이 깨어 미국 권역 공격을 방어한다.

전문가들은 24시간 경제가 제조업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샤오미, 폭스콘, 지멘스 등 주요 제조업체는 이미 다크 팩토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샤오미는 8만1000㎡ 부지에 창핑 다크 팩토리를 짓기 위해 24억위안(약 4700억원)을 투자했다. 100% 자동화된 공장은 고용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 자동화는 AI 등 기술적 측면에선 사람 손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면서도 “고용이 사라지면 고객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100% 자동화를 아직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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