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멀쩡한데 갑자기 분수처럼 토한다면… 위장 아닌 뇌를 의심하라[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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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모금도 토할 때 범인 누구? 음식 아닌 뇌의 구토명령일 수도… 뇌압 오르면 ‘구토 중추’ 자극돼 위장질환 오인 땐 골든타임 놓쳐 아침 두통-분출성 구토 동반되면… 뇌 기능검사로 숨은 원인 찾아야 다큐멘터리 ‘닥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에서 뇌 이상으로 구토를 겪는 르세이의 모습. 사진 출처 넷플릭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구토 일으키는 뇌 신경계 이상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닥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Diagnosis)’의 5번째 에피소드는 현대 의학이 마주한 거대한 맹점과 뇌 과학적 진단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르세이는 어느 날부터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속이 메스껍고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응급실을 찾은 그는 탈수치료와 함께 소화기계 질환에 대한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물 한 모금조차 분수처럼 토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내시경과 각종 대사 검사를 받았지만 소화기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되풀이됐다. 의료진마저 원인을 찾지 못해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전 세계 의사들로부터 뇌 신경계 이상일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 범인은 위장이 아니었다.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가 보내는 잘못된 신호가 위장을 쥐어짜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속이 울렁거리거나 게워내는 증상을 겪으면 본능적으로 소화기관의 이상을 의심한다. 어제 먹은 상한 음식을 탓하거나, 위장약이나 소화제를 찾곤 한다. 그러나 앞선 다큐의 르세이가 겪은 절망이 경고하듯, 구토는 소화기계의 비명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긴급구조신호(SOS) 신호일 수 있다. 뇌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구토를 하는 행위는 결코 위장 혼자만의 단독 행동이 아니다. 우리의 전신을 통제하는 뇌간 깊은 곳에는 ‘구토 중추’가 존재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상하거나 독성이 있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벽에 분포한 미주신경이 위험을 감지하고 이 구토 중추에 전기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접수한 뇌는 즉시 하행명령을 내려 위장을 쥐어짜고 식도를 열어 내용물을 밖으로 밀어내게 만든다. 문제는 소화기관이 정상인 상태에서도 이 구토 중추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뇌 자체의 압력이 치솟거나 뇌 신경회로가 강한 자극을 받을 때다. 인간의 두개골은 성장이 끝난 뒤에는 내부 부피를 늘릴 수 없는 단단한 공간과 같다. 이 폐쇄된 공간 속에 뇌종양이 자라나거나, 뇌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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