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 디오픈도 제패…"우즈 잇는 '새 전설'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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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컵 입맛춤 > 스코티 셰플러가 21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 우승한 뒤 공식 트로피인 클라레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 우승컵 입맛춤 > 스코티 셰플러가 21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 우승한 뒤 공식 트로피인 클라레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는 늘 ‘심심하다’는 평가가 따랐다.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같은 화려한 스타성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같은 짜릿한 플레이도 없다. 늘 묵묵하게 완벽한 경기를 한다. 사생활도 반듯하다. 가족을 향한 사랑과 신앙심으로 충만한 그는 세계 1위이지만 ‘슈퍼스타’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지루한 모범생’은 이제 ‘전설’의 길에 들어섰다. 21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 우승하며 상금 310만달러(약 43억원)와 우승컵 클라레저그를 품에 안으면서다. PGA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메이저에서만 2승을 거두며 PGA투어 시즌 4승, 통산 17승을 이룬 그는 커리어그랜드슬램까지 US오픈 단 한 대회만 남겨뒀다. 이제 29세인 셰플러는 우즈, 잭 니클라우스(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다음으로 30세 이전에 디오픈과 마스터스,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선수가 됐다. 말 그대로 새로운 전설이 탄생한 순간이다.

◇ 압도적 경기력으로 우승

이날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포트러시GC(파71)에서 열린 디오픈 최종라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싱거운 결과가 예고됐다. 앞서 사흘 내내 60대 타수를 친 셰플러가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 역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버디 5개에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한때 7타 차이까지 달아났다가 8번홀(파4) 벙커에 발목이 잡혀 더블보기를 범하긴 했지만 우승 가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우승을 확정 지은 비결로 셰플러는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대회 72홀 동안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셰플러는 구설을 겪었다. 대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우승의 기쁨은 2분도 채 가지 않는다. 우승보다 신앙과 가족이 중요하다. 골프는 그다음”이라고 말하면서다.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그는 나흘 내내 60대 타수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압도적인 우승을 해냈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그는 “5분짜리 짧은 영상이 제가 전달하려던 메시지를 축소시킨 것 같다. 골프나 일의 성공이 마음 깊은 갈망을 채워주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셰플러는 “‘우승 몇 번’ 등은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우승 자체보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목표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우즈와 비교? 한참 멀었다”

이제 셰플러는 ‘골프 황제’ 우즈와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우즈는 첫 메이저 우승인 1997년 마스터스부터 1197일 만인 2000년 디오픈까지 메이저 4승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셰플러가 2022년 마스터스 우승 이후 이날 디오픈까지 걸린 시간 역시 꼭 1197일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즈와 비교하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말이 안 된다. 메이저 15승을 이룬 우즈에게 이제 4승을 거둔 나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4대 메이저 가운데 마스터스(2승), PGA챔피언십, 디오픈을 석권한 셰플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US오픈 단 한 대회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내년 목표에 대해 “라이더컵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면 내 경기력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소박하고 진지한 전설의 탄생. 셰플러는 벌써 우승의 들뜸을 걷어내고 있었다.

“저희 집 근처에 치폴레 매장 두 곳이 있어요. 제가 자란 동네 매장에선 (유명세 때문에) 직접 주문하는 게 불가능하죠. 하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해요. 유명하다는 것은 그저 일부 공간에서만 적용되기에 저의 본질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트로피를 들고 여기 앉아 있지만 다음주면 새로운 골프장에서 이븐파로 다시 시작하겠죠. 쇼는 계속되니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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