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한국과 일본의 일반 국민 간 감정은 갈수록 좋아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상호 교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꾸준히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상호 방문객이 급증했다. 양국이 6월 한 달간 주요 공항에 상대국민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할 정도로 인적 교류가 많아졌다. 일본 관광을 다녀온 지인들 가운데도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이들이 많다. 일본인들이 속내를 다 드러내지는 않는다지만 그들의 친절을 직접 접하면 감정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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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6월 한 달간 상대 국민 전용 입국 심사대를 운영하기로 한 가운데 제도 첫날인 1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국 관광객이 한국인 우선 레인을 통해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달 양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3명 중 2명꼴로 두 나라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인 1천명과 일본인 1천1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한국인 66%와 일본인 61%가 "역사 인식을 둘러싼 문제에서 차이가 있어도 우호 관계를 심화하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가 좋다고 평가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한 55%, 일본인은 2%포인트 오른 52%였다. 양국 국민 모두 나이가 어릴수록 상대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현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 하루 만에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개최한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일단 조성된 듯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주말 다큐멘터리 영화 '무명(無名)'을 볼 기회가 있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온 일본인 선교사 2명의 삶을 다룬 영화다.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인들이 사랑했던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일본인들의 이야기다. 한국 교회 선교 역사는 주로 미국과 유럽 출신 선교사들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언더우드나 아펜젤러 같은 선교사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국보다 기독교 교세가 약한 일본에서 그 옛날 선교사가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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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블로그]
영화 내용은 이렇다.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일본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 노리마츠 마사야스는 '조선 국모가 일본인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조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조선행을 결심한다. 그는 조선인처럼 입고 생활하며 수원 최초의 교회(현 수원동신교회)를 세워 그곳을 중심으로 전도했다. 광복 후 일본 관련 추모비는 모두 철거됐지만 노리마츠의 것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1928년 노리마츠의 정신을 잇는 한명의 선교사 오다 나라지(한국명 전영복)가 '지금 일본은 조선에 많은 죄를 짓고 있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조선에 복음을 전하려 한다'며 한국행에 나선다. 오다는 신사참배를 강요당하던 시대에 저항하여 숭실대 강당에서 신사참배 반대 설교를 한다. 그 일로 일본군에게 고된 고문까지 받다가 결국 조선에서 강제 추방당하고 만다.
영화 중에는 "우리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을 미워한다. 이토 히로부미의 일본을 미워한다. 그러나 이름 없는 당신의 일본은 사랑한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역사적 갈등과 상처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개인의 신념과 희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조선인을 위해 헌신한 일본인 선교사 이야기는 적잖은 감동을 준다. 이웃 나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조명되지 않았던 접점들이 많고, 지금까지 일고 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1일 06시3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