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900배 AI칩 내놨지만 시장은 싸늘…예전만 못한 '젠슨황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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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GTC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서버에 들어가는 최신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GTC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서버에 들어가는 최신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장 입구엔 시작 2시간 전부터 500m짜리 인간 띠가 생겼다. 내부엔 1만7000명이 넘는 인파가 자리를 가득 메웠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축제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 주최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의 열기는 1년 전과 비슷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키노트 행사에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TC는 AI계의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이 됐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까지였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제품 로드맵, 미래 사업 비전 등을 늘어놨지만 시장을 놀라게 할 ‘한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장 중 3.43% 하락했다. 일각에선 “젠슨 황의 마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AI 피크론 정면 반박

성능 900배 AI칩 내놨지만 시장은 싸늘…예전만 못한 '젠슨황 매직'

“전 세계가 잘못 알았다.” 황 CEO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AI 모델 딥시크 출시 이후 확산한 ‘AI 투자 피크론’을 반박한 것. 황 CEO는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은 작년 예측한 것보다 100배 더 많다”고 말했다.

허풍이 아니다. 미국 빅테크뿐만이 아니라 알리바바(520억달러) 등 중국 기업까지 최근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AI의 중심이 생성형에서 추론형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AI 에이전트 도입이 확산한 덕분이다.

황 CEO는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AI 가속기 출시 로드맵을 내놨다. 현재 주력인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는 올 하반기 출격한다. 내년 하반기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을 본격 양산한다. 황 CEO는 “H100 AI 가속기(전 세대 제품) 대비 블랙웰은 68배 좋아졌고, 루빈은 900배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8년엔 루빈을 잇는 차세대 AI 가속기 ‘파인만’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반도체에 광통신 적용

엔비디아는 전력 소모를 줄여주는 신기술이 적용된 칩도 올 하반기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실리콘 포토닉스(광통신)’ 기술을 적용한 ‘스펙트럼-X’ 네트워킹 칩을 내놓기로 한 것. 전자를 광자(빛)로 전환하는 과정을 없애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였다.

황 CEO는 ‘피지컬(물리) AI’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기기에 적용되는 AI 기술을 뜻한다. 이날 소형 로봇과 함께 무대에 오른 황 CEO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는 수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용 AI를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N1’도 공개했다. 개발 과정에서 월트디즈니 리서치, 구글 딥마인드 등과 협력했다.

뜨거웠던 행사장과 달리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3% 떨어진 115.43달러에 마감했다. AI 가속기 로드맵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영향이 크다. 피지컬 AI도 두 달 전 ‘CES 2025’에서 공개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식시장에서 젠슨 황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AI 가속기에 적용되는 HBM 용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기존 블랙웰에서 192기가바이트(GB)인 HBM 용량이 블랙웰 울트라에선 288GB로 50% 늘고, 루빈 울트라에선 1테라바이트(1024GB)로 급증한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황정수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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