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말한 적 없다"지만…카카오 '다음 분사' 예고에 단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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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박영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과 서승욱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 오치문 카카오지회 조합원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박영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과 서승욱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 오치문 카카오지회 조합원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카카오 경영진이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 분사를 발표하면서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지난 19일 오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크루유니언은 포털 다음(Daum)을 맡는 콘텐츠CIC 분사를 반대하고 실질적인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엔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서 지회장은 이날부터 사옥 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한 주 뒤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도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카카오 그룹 9개 법인의 '임단협 교섭 일괄 결렬'도 예고했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콘텐츠CIC의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추진하고 완전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당시 카카오 관계자는 "남고 싶으면 남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분사 이후 매각을 우려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가 대부분 기업 분사 매각을 사모펀드에 의해 진행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분사로 콘텐츠CIC와 업무적으로 직접 연관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검색CIC, 케이앤웍스, 디케이테크인, 링키지랩 등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간접적인 업무 관련 담당자를 포함하면 약 1000명의 고용불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포털 다음의 법인 분리는 포장된 권고사직과 매각 등 구조조정"이라며 "지금 카카오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는데 그들의 직책은 유지하면서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부당함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소속인 오치문 크루유니언 조합원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분사 경험을 언급하면서 카카오 잔류 결정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 조합원은 "자신이 일하던 부서 이동, 리더의 설득과 호소는 생각보다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저도 분사에 따라나섰고 아마 조만간 분사 대상자분도 겪게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9일 오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9일 오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카카오 측은 콘텐츠CIC 분사 계획을 공개한 타운홀 미팅 당시 "매각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설명회에서 '콘텐츠CIC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결정이고 콘텐츠CIC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라며 "현재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사의 구체적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회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후 계속 소통을 해나가며 최선을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아직 시작 단계일 뿐"라고 말했다.

다음 매각설이 흘러나온 배경엔 최근 갈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데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다음도 정리대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다음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하락세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다음의 월평균 검색엔진 점유율은 2.73%에 그쳤다. 4.71%를 기록했던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98%포인트 떨어졌다.

모바일 앱 개편 효과도 미미하다. 콘텐츠CIC는 지난 1월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했다. 하지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다음 앱의 월평균활성사용자(MAU) 수는 개편 후 약 46만명 감소했다. 지난 1월 783만8781명에서 2월 737만7538명으로 사용자가 줄어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분사를 추진한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현재 상황에서 다음이 네이버, 구글과 포털 플랫폼 경쟁을 더 이상 하긴 어렵다"며 "재활성화를 위한 취지보다는 핵심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몸집을 키우면서 즉각적 의사결정이나 능동적 대응 전략을 만들기 어려워져 대기업으로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분사를 진행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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