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숨쉬는 ‘독도’를 지키는 지혜[기고/이창석]

3 weeks ago 9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우리는 오랫동안 독도를 ‘외로운 섬’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이 5년마다 실시해온 ‘생태 건강진단’ 결과를 보면 독도는 결코 외로울 겨를이 없는 섬이다. 수많은 생물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풍요로운 생태 공간, 생명의 섬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단단한 바위섬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드러난 육지의 20배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가 바닷속에 잠겨 있다. 그 깊은 곳에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생물들이 층층이 서식하며, 수심에 따라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독도 주변에는 심흥택해산, 이사부해산, 안용복해산 같은 ‘형제 섬’들이 자리한다. 이들은 각각, 그리고 함께 독도의 생물다양성을 떠받치며 ‘독도 열도’라 부를 만큼 다채로운 생태계를 이룬다.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서 수많은 생명체가 숨 쉬는 거대한 생명의 허브다.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다가오는 독도의 날을 맞아 이 작은 섬의 생태를 되짚고, 그 건강 상태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도의 바위는 단단히 솟아 있지만, 바람과 파도는 쉼 없이 그 바위를 깎아 새로운 틈을 만든다. 그 틈에는 사막에서나 볼 법한 다육식물 돌채송화가 뿌리를 내린다. 세월이 흐르며 바위가 부서지고 흙이 쌓이면 갯제비쑥, 왕김의털, 해국 같은 식물들이 정착한다. 계절의 온도 차가 새로운 틈을 만들면 도깨비고비가 자리 잡고, 흙이 두꺼워질수록 섬괴불나무가 들어와 다양한 식물들이 공생한다. 이렇게 생명이 생명을 불러들이며 독도는 다양성을 갖추게 됐다.

화산 활동으로 솟아난 섬답게 독도의 사면은 대부분 40도 이상의 급경사다. 흙이 머무르기 어렵지만, 바위틈에 붙어 사는 초본식물들이 독도의 식생을 대표한다. 드물게 경사가 완만한 곳에는 사철나무, 섬괴불나무, 보리밥나무 같은 작은 관목이 뿌리를 내리며 식생의 구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섬이지만, 자연은 이 섬에 곤충과 새들을 불러들인다. 하늘과 바다를 오가는 생명들 역시 독도를 외롭지 않게 한다. 괭이갈매기와 다양한 철새들이 장거리 이동 중 이곳에 들러 잠시 쉬어간다. 풍부한 먹이가 있고 안전한 쉼터가 되어주는 독도는 그들에게 ‘고향 같은 섬’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웅장한 생태계, 햇빛과 바람, 거대한 물결이 함께 이루어 낸 성과이다.

하지만 순수해 보이는 이 섬에도 위기가 존재한다. 최근 큰이삭풀과 집쥐 같은 외래종이 유입돼 확산된 것이 확인됐다. 인간의 발길이 옮겨온 이들은 독도의 고유한 생태 질서를 흔들고 있다. 외래종 침입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다. 오염처럼 발생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생명 그 자체의 번식력으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독도는 이미 안정된 생태 천이의 후기에 이른 섬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종의 유입은 미세한 균형을 깨뜨려 되돌릴 수 없는 생태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독도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제 그 애정이 독도의 보존 정책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생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독도는 동해안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독도 관광은 동해안에서 하고, 독도는 그 자체로 보존되어야 한다. 독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그저 ‘밟아보는 방문’이 아니라, ‘바라보며 존중하는 여행’으로 대신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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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국립생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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