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맞는 장면 찍다 호흡곤란도"…시청률 여신 등극한 김지연의 열정 [인터뷰+]

1 month ago 9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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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이 '연기돌'이 아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김지연은 "이걸 끝내고 어떤 타이틀을 얻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임하고 있다"며 "이제는 조금씩 제 본명으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뿐"이라면서 미소를 보였다.

김지연은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귀궁' 종영 인터뷰에서 "작년 7월에 촬영을 시작해 3월까지 찍었다"며 "가장 더울 때부터 추위까지 겪으면서 많이 고생했는데, 사랑을 받은 거 같아서 감사하다"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에 맞닥뜨리며 몸과 혼이 단단히 꼬여버리는 육신 쟁탈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지난 7일 전국 일일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성적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김지연이 연기한 여리는 나라굿도 맡아 했다던 만신의 하나뿐인 손녀로 조모의 신기를 이어받아 큰 무당이 될 거란 기대를 받았지만, 악신 강철이가 그의 몸을 노리면서 애체(안경) 장인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무당의 운명을 거부하며 소소하게 살아갔던 여리는 윤갑이 궐에 나타난 악귀 팔척귀를 쫓기 위해 그를 찾아오면서 깊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2016년 그룹 우주소녀 멤버로 데뷔해 '보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김지연은 2017년 KBS 2TV '최고의 한방'을 시작으로 '란제리 소녀시대', '당신의 하우스 헬퍼' 등의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연기 이력을 쌓아 왔고,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해 티빙 '피라미드 게임'까지 흥행시키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특히 여리 역을 맡으면서 절절한 감정연기부터 악귀를 쫓는 저승굿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며 극을 이끌었다. 김지연은 여리의 굿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무용을 두달간 배우고, 찬 강물에서 오징어 먹물을 얼굴에 들이붓는 살 맞는 연기까지 소화했다.

여기에 16년 동안 친구였던 육성재와 '열애설'을 의심받을 정도로 절절한 로맨스 연기까지 소화했던 김지연은 "그동안 아무 일이 없었으면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는 것"이라며 실제 교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연말 베스트커플상은 탐난다"면서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다음은 김지연과 일문일답.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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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방송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어떻게 봤을까.

= 다 같이 봤다. (윤성식) 감독님이 촬영을 끝내고 회식할 때 '우리 드라마가 잘 돼 다음에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잘 돼 그런 자리가 마련됐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고생한 만큼 결과가 좋아서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이번 드라마는 CG가 많이 들어가서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첫 방송 몇시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송을 보면서도 항상 떨렸는데, 정말 좋다.

▲ 어떤 장면을 가장 재밌게 봤을까.

= 마지막 팔척귀와 대결을 3일을 찍었다. 왕이랑 빙의되는 것 하루, 강철과 싸우는 것으로 하루, 그리고 다음 날 아침까지 나머지 촬영을 찍었다. 그래서 애정이 더 간다. 결국 마지막 빌런을 제거하는 장면이니까, '귀궁'의 꽃 같은 느낌이었다.

▲ 여리를 연기하며 굿부터 강물에 빠지고, 흙더미에 파묻히고 고생도 많이 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뭐였을까.

= (물귀신인) 막돌에게 살을 맡는 장면이 있었다. 사람들은 CG인 줄 아는데 실제 검은 물이다.(웃음) 무릎을 꿇고 오징어 먹물을 맞는 거였다. 그런데 엄청 많은 양을 맞으니까, 쉽지 않았다. 호흡 곤란도 왔다. 그런데 실제라서 충격적으로 화면에 잘 담긴 거 같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그런 시퀀스가 다 좋았다. 그때 추울 때 찍었는데, 정말 기억에 남는다.

▲ 굿 장면들도 잘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최근에 빙의나 굿 장면이 자주 나와서 비교가 됐을 수도 있었는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처음엔 무녀 역할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처음 미팅할 때부터 판타지스럽게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굿도 한국무용 안무를 배워 두 달 정도 준비했다. 실제 굿이 아닌, 새로운 느낌이었다. 다만 독경은 실제 무속인 분들에게 배웠다. 그렇게 판타지적으로 잘 풀어서 예쁘게 잘 담겼던 거 같다. 부담 없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 걸그룹 센터였다. 그런 경력이 도움이 됐나.

= 도움이 됐다. 안무 숙지 능력이 있어서 빨리 안무를 외웠다. 그런데 한국무용은 쉽게 할 줄 알았는데, 다른 영역이더라. 처음에는 '너무 걸그룹 안무같다'는 평을 받았다.(웃음) 그래도 천도재 같은 건 빨리 배워서 다들 '오!' 하셨다. 도움이 됐구나 싶었다.

▲ 무용 외에 또 어떤걸 배웠을까.

= 독경도 꽤 열심히 했다. 안 쓰던 말이라 2~3달 정도 벽에도 붙이고, 휴대전화 배경 화면으로도 해놓고 계속 보고 말하곤 했다. 체력적으로 예전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할 때) 펜싱을 배우고 이런 게 힘들었는데, 이번엔 정말 할 게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할 게 많아서 부담감이 컸다. 또 여러 장르가 섞여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걱정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워낙 베테랑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육)성재도 워낙 잘해서 도움을 받았다.

▲ 육성재랑 연습생부터 친구였는데, 로맨스가 잘 붙어서 '사귀어라'부터 '진짜 사귀냐'는 말까지 많이 들었을 거 같다.

= 선배님들도 장난치려고 '그래서 언제 사귈 거냐'고 하셨는데, 저는 항상 '16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거다'고 했다.(웃음) 친한 친구랑 하니 편하게 했다. 아무리 상대 배우랑 친해져도 막 물어볼 순 없다. 그런데 이번엔 편하게 물어보고, 편하게 얘길 하니 좋았다. '팔이 불편하면 '다르게 잡아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또 성재는 워낙 판타지를 많이 해본 친구였다. 그래서 시작할 때 '넌 뭘 참고했나' 이런 것도 물어봤다.

▲ 너무 친하면 스킨십이나 애정신을 찍을 때 어색해지거나 웃음이 터져 힘들기 쉬운데, 그러진 않았나.

=걱정하긴 했다. 그런데 어색함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웃음)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빨리 찍고 집에 가자고 생각했다. 걱정은 했는데, 느낄 사이도 없었다. 우린 철저한 비즈니스였다.

▲ 여리의 감정선도 극을 이끌어가는 부분이었다.

=어려운 부분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혐관'에서 로맨스로 바뀌는 감정 자체가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면서 맞춰갔다. 감독님의 생각이 확고하게 있으셔서 따라갈 수 있었고, 성재랑도 많이 얘기했다. 또 헷갈리는 건 여러 버전으로도 촬영해보면서 만들어갔다. 감독님이 가장 좋은 장면을 써주신 거 같다.

▲ 우주소녀 보나에서 완벽하게 배우 김지연이 된 거 같다.

=이제 확실히 김지연으로 불러주시는 거 같다. 본명을 쓰는 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김지연으로 해주셔서 감사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기점으로 연기 욕심이 커졌다. 전 1년에 한 작품 정도 찍고 있는데, 찍을 때만큼은 다 쏟아붓고 있어서 좋은 평가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한작품 한작품 잘 만들어내고 싶다.

▲ '흥행 아이콘'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정말 감사하게도 운이 따라 준 거 같다. 제가 고생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게 제 취향인 건지.(웃음) 굳세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도 재밌지 않을까 해서. 예전엔 최대한 저랑 비슷한 캐릭터를 했다면, 조금씩 마음이 바뀌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꼭 나를 대입할 필요가 없겠다' 싶더라. 그래서 안 해본 장르,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더라.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성격과 얼굴은 정답이 없지 않나.

▲ '귀궁'을 하면서 노력했던 것들은 뭐였을까.

= 전반적으로 다 열심히 했다. 여자주인공 치고 액션도 많았고, 빙의 연기든, 뭐든 큰 폭의 도전이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춤을 추고 했다 보니 제가 몸을 잘 쓰는 편인 거 같다. 당연히 하고 나면 몸살이 났지만, 생각보다 재밌어서 '더 액션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했다. 이전엔 하는 법을 몰라서 '실제로 해달라'고 했다. 목이 졸리는 장면을 찍을 때도 실제로 목을 졸라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직접 하지 않아도 생생하게 연기하는 법을 익힌 거 같다.(웃음) 이번에 목을 좀 많이 졸렸는데, 노하우가 좀 생겼다.

▲ '귀궁'이 잘 돼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도 전해지는 분위기다.

= '귀궁'에서 불러주면 감사하다. 그런데 우스갯소리로 '지금부터 대본 쓰면 오래 걸리니 많이 작품하고 오라'고 하시는데, 하게 되면 너무 영광 아닌가. 너무 좋을 거 같다. 제가 지난해 MC를 하면서 처음 SBS 시상식을 갔는데, 너무 좋아 보였다. 저렇게 다 같이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가게 되면 좋을 거 같다. 베스트커플상도 좋을 거 같다. 받아본 적이 없어서.

▲ 다음 작품도 드라마 '내부자들'로 정해졌다.

= 어마어마한 선배님들과 같이하는 데, 그래서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제가 작품 안에서 직업이 거의 없었다.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이번에 형사가 됐다.(웃음)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새로운 모습이 될 거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멋진 형사의 모습은 아니다. 그래서 재밌을 거 같다.

▲ 올해로 데뷔 10년 차고, 30세인데 학생 역할을 많이 맡았다.

= 29세에서 31살 사이다.(웃음) 그래서 이젠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이돌 모습 때문에 더 어리게 보는 거 같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피라미드 게임'이 학원물이라 더 어리게 봐주시는 거 같다. 제가 갑자기 전문직 여성을 하면 낯설 수 있지만, 이 연령대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남기고 싶다. 낯설지 않은 성숙한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다. 악역도 좋고, 완전 화려한 역할 이런 것들 해보고 싶다. 완전 결이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

▲ 배우 김지연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 저는 작품을 볼 때 본체가 생각나지 않은 게 좋더라. 얼굴과 이름을 아는데 그 작품 안에 살아있는 거 같을 때, 너무 보기 좋아 보이더라. 그래서 목표가 캐릭터만 생각나는 배우이고 싶다. 또 요즘 드는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낯설지 않고 싶다. 어느 장르에서든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연기를 안 할 땐 뭘 하며 지낼까.

= 촬영할 땐 촬영만 하고, 끝나면 여행을 다닌다. 지금은 차기작 준비를 하는데, '귀궁' 끝나고 나서는 미국과 중국 상해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 브이로그도 많이 본다. 여행은 그때그때 꽂히는 곳으로 가는데, 이번에 미국은 친구가 결혼해서 가게 된 거다. 그 나라의 문화나 이런걸 보는 게 재밌다. 영감을 얻기도 하고.

▲ 중국어도 잘하고, 요즘 해외진출 사례도 많아서, 이런 목표가 있지 않을까 싶다.

= 요즘은 MBTI를 하면 INTP가 나온다. 전 성격이 목표를 정해두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제가 하기로 한 작품만 하고. 작품을 할 때 스트레스를 (양팔벌려) 이만큼 받는다. 거기에 다 쏟아부으려 한다. 작품을 통해 뭔가 어떤 평가를 받겠다기보다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만 한다. 해외 진출이나 이런 목표는 아직은 생각은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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