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기아 대미 관세만 年 10조…자동차산업 이래서야 버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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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09 17:07 수정2025.10.09 17:07 지면A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 탓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분기(7~9월)에 부담한 대미 관세 비용이 2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증권사 분석이 나왔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 관세 부담액이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까지는 관세 발효에 앞서 비축한 물량으로 대응했으나 지금은 수출 물량 거의 전부가 고율 관세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양사는 이미 한국보다 낮은 15%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유럽 및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지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시장을 한번 내주면 되찾아오기 쉽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오히려 두 회사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할인 등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3분기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을 지켜냈다. 하지만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많은 부품이 필요한 자동차는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이다. 이미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전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8월 -3.5%, 9월 -2.0% 등 감소세를 보이며 부품 협력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독일, 일본에 비해 10%포인트나 높은 관세를 현대차·기아가 마냥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한국 자동차는 그동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아온 만큼 실질적 충격은 유럽, 일본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미 관세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뿐이다. 정부에서는 교착이 아니라 예열 단계라고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고통을 생각하면 협상 타결 시간을 당기는 게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관세 탓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을 APEC 회의까지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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